후드티 벗은 마크 저커버그가 정장 입고 전하려는 메시지

입력 2018-04-11 14:01
상원청문회에서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AP뉴시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정장 양복을 입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몇몇 의원들과 만나는 자리에 검은색에 가까운 양복에 푸른 잉크색 넥타이를 맸다. 10일 상원 청문회에서는 짙은 네이비색 양복에 페이스북 로고와 같은 색깔인 푸른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저커버그는 티셔츠와 후드티, 청바지를 선호했다. 그의 캐주얼한 차림새는 IT 업계 특유의 젊음과 창조성, 특히 고정관념과 관습을 거부하는 상징과도 같다. 물론 의회 청문회란 공식적인 자리에 막중한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니만큼 평소처럼 편한 차림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티셔츠와 청바지를 벗고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양복을 입은 것 자체가 많은 메시지와 상징을 담고 있다. 저커버그는 2009년 페이스북 ‘라이프 이벤트’에 “넥타이를 맸다는 것은 내가 올해를 얼마나 진지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냐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쓴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의 아이 엠 소리 정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및 오용 사태에 대해 저커버그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당혹감과 회한을 느끼는지가 그의 정장 차림을 통해 드러나 보인다”고 분석했다.

NYT는 “말로 하는 그 어떤 사과 만큼이나 포기와 존중의 시각적 성명(a visual statement of renunciation and respect as any verbal apology)”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커버그가 의원들에게 “나는 당신의 규칙을 받아들이겠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우리가 (세상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책임을 인정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 어른이 되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양복을 통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가 캘리포니아의 집과 회사로 돌아가는 순간 다시 후드티를 입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장 차림은 전략적, 시각적으로 효과적이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뉴욕의 남성복 전문 디자이너이자 ‘옷과 남성’의 저자인 앨런 플러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상징적 제스처로서 (저커버그의 정장 차림은) 전적으로 올바른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저커버그가 공식석상에 양복을 입고 나타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을 때도 검은색 재킷과 흰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를 맸다. 하지만 당시에는 재킷 아래에 청바지를 입었고, 그나마도 미팅 내내 재킷은 벗었다.

저커버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국가 정상급들과 만날 때,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 등을 할 때에도 양복을 입은 적이 있다. 물론 결혼식 때도 양복을 입기는 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을 이상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으로 창업했지만 프라이버시를 충분하게 보호하지 못했다”며 “이는 모두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의 책임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