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민수 vs 민수’ 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챔피언결정전이나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소위 말하는 ‘미친 선수’가 나와야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통설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원주 DB 이상범 감독은 “포워드 서민수가 미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SK 문경은 감독은 “우리도 민수다. 베테랑 포워드인 김민수가 조금 더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DB 서민수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1.67점 3리바운드를, SK 김민수는 4점 3.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활약이라고 보기엔 약한 수치였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2차전까지 DB가 2연승을 달리며 통합우승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민수 vs 민수’ 대결에서도 DB 서민수가 한발 앞서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열린 1차전에서는 두 선수는 준수한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서민수는 1차전에서 6점 4리바운드, 김민수는 7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서민수가 2차전에서 폭발했다.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11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하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DB는 전반까지 41-47로 SK에 끌려갔다. 그런데 서민수가 3쿼터에만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몰아넣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민수는 이날 개인파울을 4개까지 활용하는 등 수비에서도 적극성을 보이며 팀에 공헌했다. DB는 3쿼터가 끝났을 때 75-66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4쿼터에는 SK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따냈다.
서민수의 숨겨진 역할은 또 있다. DB는 1, 2차전에서 38점, 39점을 각각 쏟아낸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이 승리의 주역으로 꼽힌다. SK 선수들은 1차전에서 활약한 버튼을 막으려고 2차전에서 도움 수비를 펼쳤다. 버튼의 돌파를 막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서민수의 활약은 버튼에 대한 SK의 견제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버튼은 3점슛 라인에 선 서민수에게 두 차례 패스를 했다. 서민수는 버튼에게 받은 패스를 족족 3점포로 연결했다. 서민수의 득점으로 점수 차를 좁혔고, 이후에는 버튼이 적극적인 공격을 펼쳐 DB가 경기를 뒤집고 달아날 수 있었다.
평소 직접 드리블 이후 돌파를 선호했던 버튼은 SK의 수비에 영리하게 대응했다. 4쿼터에는 서민수에게 패스한 뒤 컷인 플레이를 통해 다시 공을 받아 손쉽게 덩크슛으로 연결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SK 김민수는 9점 5리바운드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200㎝의 장신 포워드인 김민수는 최부경과 함께 골밑을 지키고 있다. 로드 벤슨, 김주성 등 높이가 좋은 DB를 상대로 리바운드를 따내며 팀에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미친 선수’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폭발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활약이다.
SK는 챔피언결정전에서 꾸준히 20점 이상을 해낸 테리코 화이트가 주포 역할을 하고 있다. 애런 헤인즈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제임스 메이스는 2차전에서 27점을 넣었지만 지난 1차전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SK 농구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베테랑인 김민수가 동료 국내 선수들과 함께 조금 더 분발해줘야 SK는 극적인 반전을 노릴 수 있다.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챔피언결정전은 길면 5경기, 짧으면 2경기가 남아 있다. DB가 유리한 것은 맞지만 챔피언결정전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민수가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이 감독과 문 감독의 미디어데이 행사에서의 바람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몇 차례 더 치러질 ‘민수 vs 민수’ 대결을 주목해 보는 것도 챔피언결정전을 관전하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될 것 같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