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남성, 근육 줄면 건강악화 5배 위험

입력 2018-04-11 08:51
노년기 근감소증이 65세 이상 고령 남성의 건강상태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노년내과 이은주(사진 왼쪽) 교수와 장일영(오른쪽) 전임의 연구팀이 KAIST 정희원 박사팀과 함께 강원도 평창군 보건의료원의 도움으로 지역주민 중 65세 이상 고령자 1343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남성의 경우 근감소증이 없는 남성에 비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근감소증이 있는 65세 이상의 여성이 그렇지 않은 고령 여성보다 사망이나 요양기관에 입원할 확률은 2배 정도 높았다. 이는 근육의 양과 근력을 키우는 것이 노년기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근감소증이란 만성질환, 영양부족, 운동량 감소 등으로 인해 근육의 양과 근력 및 근기능이 감소하는 질환으로, 보행속도가 느려지고 골밀도감소 및 낙상, 골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근감소증은 체성분 분석 검사로 근육량을 확인한 후 악력이나 보행속도를 측정하는 간단한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노인이 되면 당연히 근육이 줄고 근력도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으로 등재하는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근감소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예방 활동과 치료법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한국인에 맞는 근감소증 진단기준과 노인 건강악화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한국 젊은 여성들의 경우 근육이 너무 적고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근육량이 늘어 다른 나라의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주 교수팀은 2014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평창군 내 65세 이상 노인 1343명(남자 602명, 여자 741명)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추적관찰했다. 조사대상 노인들의 나이는 평균 76세였으며, 관찰 기간 동안 29명은 사망하고 89명은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근감소증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요양병원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할 확률은 남자의 경우 5.2배, 여성은 2.2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망이나 요양병원으로 입원하기 전 상태인 일상생활능력이 떨어지는 장애 발생도 근감소증이 있으면 정상보다 2.15배 증가했다.

근육량을 키로 보정하여 근감소증을 평가하는 아시아 진단 기준에 의하면 65세 이상 남자는 7.0㎏/m² 이하, 여자는 5.7㎏/m² 이하가 기준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평창군 남자노인 6.4㎏/m², 여자노인은 5.2㎏/m² 이하일 때 근감소증 이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근감소증은 환자에게는 심각한 건강부담과 함께 사회적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예방이 중요한데,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 노인들의 근감소증 기준수치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건강 악화와의 상관성을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노인에서의 근육의 감소는 건강악화와 사망의 직접적인 신호일 수 있으므로 평소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해 예방하고, 근감소증이 의심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임상노인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클리니컬 인터벤션스 인 에이징(Clinical interventions in Ag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