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문으로 시작된 적폐청산TF, 운용 상황 어떻길래…

입력 2018-04-11 06:45
뉴시스

野 “과거 정권 찍어내기… 적폐청산에 투입된 인사들 정권이 바뀌면 적폐가 될 것”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1번 과제가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었다. 청와대는 과제 발표 하루 뒤인 20일 정부 부처·기관 19곳에 공문을 보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된 공문에는 부처별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구성 현황과 운영 계획을 담아 회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가 공문을 보낸 곳은 정부 17개 부처 중 법무부를 제외한 16곳과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3곳이다.

임 실장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적폐청산은 문재인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며 “다만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 정쟁 우려가 있어 부처별로 (적폐청산) TF를 구성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주요 부처와 정부기관은 청와대 지시를 전후해 별도의 적폐청산 TF를 만들었다. 보건복지부(불합리한 제도·조직문화 혁신 TF)와 공정거래위원회(법집행 체계 개선 TF) 등 총 13개 부처·정부 기관이 적폐청산 TF를 만들어 운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는 청와대의 공문은 받았지만 적폐청산 TF를 따로 꾸리지 않았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군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었다. 적폐청산위는 군의 정치 개입 여부와 군내 인권 침해 사안을 집중 조사했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장성급 장교의 성폭력 사건 재조사 등을 국방부에 권고했고, 장교가 현역병을 사적으로 부리는 관행도 금지했다. 국방부는 적폐청산위와 별도로 2010∼2012년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재조사를 위한 TF도 발족했다. 재조사 TF는 활동 기간을 3개월 늘려 오는 6월까지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통일부 산하 ‘정책혁신위원회’는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공식적인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TF’를 가동해 박근혜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했고, 그 결과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국정원은 지난해 6월 19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 개혁위는 산하에 적폐청산 TF를 두고 과거 국정원의 불법개입 의혹이 있었던 15개 사건을 재조사했다. 국정원은 개혁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원세훈 전 원장 등 전직 국정원 직원 4명과 민간인 50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원 전 원장은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해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지난해 8월 만들어진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사장급 검사 직급을 없애고 검사장 보직만 운영할 것을 법무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10일 “과거 정권의 잘못을 들추는 걸 넘어 부처 내 기강과 조직 문화를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야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들을 ‘과거정권 찍어내기’라고 비판해 왔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현재 적폐청산에 투입된 정부 인사들이야말로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적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정책적 결정들을 ‘적폐’로 규정하는 것은 진영논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이 불공정한 제도 개선을 강조했지만 현 정부는 오로지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치보복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세환 이종선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