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시달리던 증평 모녀, 4개월 전 사망했을 수도

입력 2018-04-10 15:50
게티이미지뱅크

엄마는 4살 난 딸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 생활고였다. 주저흔도 발견됐다. 자해할 때 망설인 흔적이다. 엄마는 얼마나 힘겨운 죽음을 맞이한 걸까.

아무도 알 길 없는 죽음. ‘돈이 없어’ 생을 등진 모녀의 죽음은 ‘돈을 내지 않아’ 드러났다. 관리비가 자꾸 연체되자 그제야 관리사무소에서 신고를 한 것이다.

‘혼자 살기 힘들다’는 유서는 이들 모녀의 삶이 그동안 얼마나 가시밭길이었을지 짐작케 했다. 경찰이 주변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들과 안부를 주고 받던 지인도, 심지어 가족도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엄마는 ‘고맙다’면서 유서에 가족과 친척 6명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사회에 고립된 이 모녀에게 어쩌면 ‘죽음’ 말고는 달리 선택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모녀의 시신은 지난 6일 발견됐다. 경찰은 당초 부패 상태로 미뤄 두 달 전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왜 두 달 동안 이들 모녀의 죽음을 누구도 몰랐는지, 소식을 접한 국민 모두 비통함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들 모녀의 죽음은 그보다 더 오래 가려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려 네 달. 현재 경찰은 작년 12월 말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충북 괴산경찰서는 10일 사망한 엄마의 대출금 상환 명세, 카드 사용 내용, 월세금 납부 내역, 수도사용 여부, 우편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그리고 이같은 결론에 다다랐다.

마지막으로 월세를 낸 것은 지난해 12월 22일이다. 수도 사용량은 지난해 12월부터 ‘0’이었다. 경찰은 월세를 납부한 이후 모녀의 행적이 뚝 끊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근거는 또 있다. 엄마는 보유하던 차량을 처분했다가 지난 1월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적 있었다. 경찰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닿지 않았다.

경찰은 남편이 숨진 지난해 9월 20일부터 최근까지의 A씨 통화 내용을 확보해 분석할 예정이다. 또 가족과 친척 등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