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의원 때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19대 국회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분이다. 다만 관행이었다 해도 스스로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서 지적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죄송하지만, 업무와 상관없는 로비성 외유는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8일과 9일에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김 원장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같이 활동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민께서 김 원장의 장점을 다시 한 번 숙고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원장의 경우 개혁성뿐만 아니라 전문성 측면에서도 금융감독기구 수장으로서 적격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날 김기식 원장을 특가법상 뇌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바른미래당도 고발 대열에 동참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법의 형평성과 정의, 그리고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오늘 김 원장을 뇌물죄, 직권남용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며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금융권의 경찰이라고 불리는 금융감독원장의 중차대한 뇌물 혐의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결자해지하길 바랐지만 오히려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끝내 김기식을 안고 국민을 버렸다. 국민과 정면으로 맞서는 ‘오기인사’는 반드시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뇌물 혐의까지 감싸고 있는 청와대의 행태에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13대 국회 상공위 뇌물 외유 사건’ 당시 이미 3명의 국회의원이 구속된 바 있다. 죄질만 놓고도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다. 13대 국회에서도 구속됐던 사안을 지금 와서 죄를 묻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27년 이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역시 김 원장을 특가법상 뇌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안철수 예비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 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김 원장의 과거 행적이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발표한 데 대해 “국민을 우습게 보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를 멋대로 재단하는 청와대의 교만과 폭주가 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모든 인사가 책임지고 사임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며 조국 민정수석 책임론도 제기했다.
이어 “김 원장 해임과 대통령의 사과가 없다면 문 대통령이 그간 말해온 아름다운 이야기들,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 정의로운 결과는 공허한 말에 불과한 것”이라며 “더는 개혁을 바랐던 국민을 실망하게 만들지 마라”고 경고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