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 아파트 일가족 4명 사망 화재원인...방화 추정

입력 2018-04-10 13:33

지난달 29일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동래구 아파트 화재에 대해 경찰이 방화나 실화 개연성을 제기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10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당시 화재로 숨진 아버지 박모(46)씨가 아들 3명(13세·11세·8세)이 자는 사이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와 세 아들이 숨진 안방 출입구 주변으로 추정된 발화 지점에서 라이터가 발견됐고 의류나 종이에 직접 불을 붙인 연소 현상이 보이는 점, 누전 등 전기적인 요인·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방화로 추정했다.

이 라이터는 박씨의 부인이 화장용 사용하던 것으며, 박씨 등 가족은 흡연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씨가 최근 아파트 5채와 분양권 2건 등 부동산 투자로 인한 자금 문제와 회사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해 평소와 다른 행동과 말을 했다는 주변 진술을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박씨와 세 아들의 기도와 기관지에서 그을음이 발견되는 등 연기 질식에 의한 전형적인 화재사 흔적이 나왔다.

수면제 등 약물이나 독극물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주변 CCTV 분석 결과 외부인 출입도 없었다.

경찰은 이런 수사상황과 현장감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신변을 비관한 박씨가 아내가 집을 비우고 아이들이 잠을 자는 사이 불을 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하지만 화재 당시 유독가스나 강한 열기에도 한 명도 깨지 않았거나 탈출 흔적이 보이지 않은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확한 감정 결과가 나오면 화재·사망 원인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5시42분쯤 부산 동래구에 있는 한 아파트 1층 안방 입구 거실에서 불이 나 안방에서 잠을 자던 박씨와 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