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삼성증권 사태, 개인 실수 아닌 회사 시스템 문제”

입력 2018-04-10 10:44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와 관련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닌 회사 시스템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사 차원에서 담당 직원의 잘못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응 역시 태만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김 원장은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직원의 입력 실수로 28억주 이상이 잘못 배당되고, 급기야 주가 급락까지 야기한 삼성증권 사태를 언급했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개인의 실수라고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내부 시스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6일 “담당 직원이 우리사주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다”고 밝혔다.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준 것이다. 우리사주는 근로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자기 회사 주식을 매입 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맡은 직원이 사고 하루 전 금액을 잘못 입력한 상태로 회사로부터 결재받았고, 회사는 인지하지 못했다. 이에 김 원장은 “결재자 누구도 잘못 입력된 것을 거르지 못했다”면서 “유령 주식이 발행됐는데 내부 시스템상 경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또 “사고 후 거래 정지까지 37분이란 시간이 걸렸다. 대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도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오전 9시30분 삼성증권 직원 일부 통장에 총 28억3162만주가 들어왔고, 이 중 16명이 즉시 팔았다. 담당자가 배당 1분 뒤 착오를 인지했지만 20분 뒤에야 사내망에 관련 공지가 게재됐다. 최종적으로 계좌 주문정지 조치가 취해진 건 오전 10시18분이다 .

삼성증권은 유령주를 팔아치운 직원에 대해 대기발령 조처를 내리고 엄중히 문책하기로 했다. 사실상 오류인 게 명백한 주식을 시장에 판 직원들을 두고 도덕적 관점에서 비난하는 여론도 거세게 일었다. 김 원장은 “도덕적 문제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들이 우리사주 조합에서 그렇게 큰 금액을 배당하지 않는다는 걸 충분히 알았을 것이고, 따라서 잘못 입력된 사실 역시 인지했을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직원의 계좌를 통한 차명 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주식은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양도되거나 매각 대금이 들어오기까지 이틀 정도가 걸린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한 증권사 직원이 덜미가 잡힐 것을 알고서도 유령주를 판 셈이다. 김 원장은 “지금 조사 중인 사안을 함부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일반 주식 투자를 해본 국민이라라면 상식적으로 가진 의문도 당연히 현장 조사에서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번 일은 국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실추시키는 사건”이라며 “통상 하던 대로 자체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 삼성증권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려워 사고 직후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보통 이런 사고가 나면 피해자는 뒤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피해자 구제 조치부터 우선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