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방송의 대표 한국사 강사 최태성이 공무원 한국사 시험문제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최태성 강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런 식으로 출제하면 역사과목은 본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실들을 암기하는 과목으로 상처만 주는 지긋지긋한 과목으로 낙인찍혀 버린다”고 밝혔다. 서울시 지방공무원 7급 한국사 필기시험의 7번 문항을 두고 한 말이다.
7번 문항은 고려시대 서적 4점을 제작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문제다. 이중 ‘고금록’(1284년)과 ‘제왕운기’(1287년)의 제작 시기가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공시생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전한길 강사도 이 문제에 대해 “혹시나 이 해설 강의를 출제하신 교수님이 볼 리는 없겠지만 문제를 이따위로 출제하면 안 된다”면서 “이건 반성해야 한다. X발”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태성 강사는 “역사 공부하는 데 있어서 연도까지 달달달달 외워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고금록하고 제왕운기가 왕이 좀 다르면 이해할 만한데 왕도 똑같다”며 문제가 사실상 변별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답은 있으니까 문제 성립은 되겠지만 문제 이런 문제가 공무원 시험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최태성 강사는 특히 ‘변별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 문제는 아마 답지를 보면 굉장히 고르게 답지가 분포 돼 있을 것이다”며 “1번에도 뭐 25%, 2번에도 25%, 3번에도 25%, 4번에도 25%. 이거는 뭐냐 하면 찍었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변별력 문제는 곧 ‘공정성’의 문제와 연관된다고 밝혔다. 최태성 강사는 “공부를 1년간 열심히 한 친구와 공부를 1개월 열심히 한 친구가 찍어서 결과를 본다는 건 이건 공정성의 문제가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변별력 제로의 문제로써 굉장히 안 좋은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 7번 문항에 대해 수험생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최태성 강사는 “일요일에 시험 보고 와서 정말 울먹울먹대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봤다”며 “지금 이렇게 논란이 되니까 이건 나도 열심히 공부했지만 내가 실력이 없어서 틀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이런 문제, 황당한 문제 때문에 내가 1년간 준비한 게 그냥 허무하게 무너졌구나라는 그런 허탈감에 시달리는 것이다”라며 수험생을 감쌌다.
최태성 강사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암기된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그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다. 궁극적으로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그런 과목이 역사인데 그 본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실들을 암기하는 과목으로 상처만 주는 지긋지긋한 과목으로 낙인찍혀 버려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최태성 강사는 출제위원들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수십 만의 수험생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내가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풀 수 없는 문제 때문에 떨어진다는 얘기는 열심히 공부한 청춘들한테 허탈감과 좌절만을 줄 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