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말한다. 좋은 일자리란?] 청년, 중소기업 꺼리는 까닭… ‘일자리 정보 미스매치’

입력 2018-04-10 06:46

글 싣는 순서
<상> 청년 구직자가 꼽은 ‘좋은 일자리’
<중> ‘좋은 일자리’는 왜 줄고 있나
<하> 한국형 ‘좋은 일자리’ 확충 해법

월급은 밀리지 않고 주는지 경력을 쌓기에 충분한지 판단할 근거가 많지 않아
임금 수준과 체불 전력 등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

청년들이 중소기업 일자리에 심드렁한 게 ‘눈높이’ 때문만은 아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도 청년들이 머뭇거리는 이유 중 하나다. 임금은 밀리지 않고 주는지, 경력을 쌓기에 충분한 회사인지, 업무 분위기는 어떤지 등의 정보를 구할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개된 정보가 풍부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청년구직자가 몰리게 된다. ‘정보 미스매치’가 ‘일자리 미스매치’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청년들은 ‘중소기업 일자리는 질이 낮다’고 인식한다.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편견이다. 국내 전체 사업체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9%에 이른다. 그만큼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제니퍼소프트, 마이다스IT처럼 대기업 못지않은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반면 중소기업 일자리 질의 평균을 깎아먹는 나쁜 일자리도 있다. 청년구직자가 옥석을 가리려면 더 많은, 더 다양한 중소기업 일자리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공표하는 일자리 정보의 대부분은 되레 청년층의 편견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월 내놓는 사업체노동력조사,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동향은 모두 규모별로 기업을 나눠 임금, 근로시간 등을 집계한다. 최근 고용부가 개설한 ‘e-현장행정실’ 역시 이런 통계를 찾기 쉽게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대기업에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 평균 일자리 지표들은 청년이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만든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 “중소기업이라 해도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일자리 처우는 천차만별”이라며 “제공되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 청년들이 믿고 뛰어들기에 위험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보 부족이 ‘청년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중소기업의 인재 확보 실패→중소기업 생산성 하락→중소기업 일자리 질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부도 무엇이 문제인지 안다. 정보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강소기업을 선정해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사이트 ‘워크넷’에 게시하고 있다. 임금체불 여부, 고용유지율, 산업재해율 등 7가지 기준을 충족한 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선정한다. 청년들의 기준을 충족할 만한 ‘청년 친화 강소기업’도 별도로 뽑고 있다. 현재 1만6973개 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1105개는 청년 친화 강소기업이다.

그러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고용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중소기업 미스매치 관련 고용영향평가 현장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구직자 대부분은 “강소기업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더욱이 정부가 선정한 강소기업과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일치하는지도 의문이다. 청년 친화 강소기업으로 뽑힌 충북의 한 제조업체에 대한 ‘기업 리뷰’를 보면 모든 댓글이 업무 절차 문제, 야근수당 등을 언급하며 ‘이 기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입사’를 추천하는데, 이 기업에서 일해 본 청년들은 입사를 만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극히 일부인 강소기업과 평균 중소기업에 낀 기업들은 ‘사각지대’로 남는다. 정부가 모든 중소기업의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 임금수준과 임금체불 전력 등 구직자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라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이 교수는 “정부와 대학에서 먼저 청년들이 원하는 중소기업 정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형식적인 정보 제공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보다 중소기업을 선호하게 만들 유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홍보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