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와 달랐던 삼성의 평창 유치 활동…이건희 특별사면 대가 의혹

입력 2018-04-10 06:44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 대가로 편법과 탈법적인 로비를 동원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 활동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면 직후 삼성이 올림픽위원회에 제공한 후원 금액 등이 사뭇 달랐다는 점에서 국익을 위한 희생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SBS는 2010년 5월7일 이영국 당시 삼성전자 상무가 삼성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11일 공개했다. 공개된 메일엔 올림픽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IOC위원들 27명의 이름이 담겨있다.

리스트를 제공한 사람은 국제 스포츠계 거물급 인사인 파파 마사다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이자 당시 아프리카 IOC위원이던 라민 디악의 아들이다. 이들은 리우와 도쿄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SBS는 또 황성수 당시 삼성전자 상무가 윤주화 경영지원실 사장에게 파파디악과의 미팅 결과를 보고한 이메일도 공개했다. 이메일엔 리스트 속 26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평창을 위한 로비 활동을 한다는 게 파파디악의 대리인 라민 디악의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명단을 넘긴 파파디악은 삼성 측에 국제육상연맹 주관 대회인 다이아몬드 리그에 2010년 250만 달러, 2011년과 12년엔 각각 350만 달러씩 총 3년간 9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0억 원을 후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아버지인 라민 디악 국제육상경기연맹 회장의 정치 홍보 자금 150만 달러, 약 17억 원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컨설팅 회사와 사적으로 계약하자고 제안했다. 남아공 도반에서 올림픽 유치도시 선정 투표가 있기 한 달 전인 2011년 1월부터 6월까지 ‘캠페인 비용’ 150만 달러를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평창유치가 확정될 경우 성공보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성공보수를 제외하고 파파디악이 삼성 측에 후원금 등으로 요구한 금액은 모두 12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40억 원에 이른다.

SBS는 국익을 위해 불법적인 로비 활동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특별사면에 대한 대가로 순수한 국익을 위한 희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노무현 정부 시절 유치 활동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이 두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2007년 삼성은 아프리카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 즉 아노카와 후원계약을 추진했다. 우리 돈으로 39억 원의 후원금을 아노카 측이 제안했지만 2억8000만 원 가량의 집기 제공 수준에서 잠정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당시엔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3년 후인 2010년 파파디악과 협상할 때는 협상 금액과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시종일관 저자세로 디악 부자와 무려 140억원 규모의 후원협상을 진행하면서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계약을 맺었다고 SBS는 전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3년여 남은 시점이었으며 삼성 총수 이건희 회장이 원포인트 특별사면을 받은 직후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특별사면과 복권을 단행해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치주의 파괴라는 비판을 받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