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檢의 전쟁, 시작도 끝도 ‘다스는 누구 것?’

입력 2018-04-10 06:41

횡령 탈세·소송비 대납 등 주요 혐의 ‘MB 소유’를 전제
MB, 검찰에 조목조목 반박… 법정서 적극적 대응 예고
檢 “옥중조사 거부했지만 재판을 조사 기회로 활용”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구속 이후 검찰 조사를 거부하며 입을 닫았던 것과 달리 법정에서 공방을 벌일 것을 예고한 것이다. 핵심 쟁점은 ‘다스=MB것’이라는 사실 인정 여부다. 380억원에 달하는 횡령·탈세 혐의는 물론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뇌물로 의율한 근거도 모두 다스 실소유주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가족 기업에 조언도 못하냐”며 검찰 공소사실을 비판했다.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을 사실상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기회로 삼아 혐의 사실을 증명한다는 각오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대통령으로서 저지른 죄와 재산 늘리기에 천착했던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 저지른 죄로 구분된다. 다스 실소유주로서 분식회계를 통해 339억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법인 카드로 5억7000만원을 사용하는 등 총 350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한 혐의는 대통령이 되기 전 벌인 범죄다. 이렇게 횡령한 비자금의 상당부분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벌인 범죄인 셈이다.

7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뇌물 혐의는 대통령이 된 뒤 지위를 전제로 받은 불법자금이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건넨 민간영역의 불법자금 36억6000만원은 청와대 입성 전이긴 하지만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던 때에 이뤄진 뇌물수수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특히 가장 큰 뇌물 혐의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67억7000만원 대납 사건은 다스를 실소유한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면서 저지르게 된 범죄로 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중 다스 관련 범죄사실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글에서 “저는 다스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가족기업이어서 설립과 운영과정에 경영상 조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에서 다스 경영과 관련해 개입한 흔적이 드러난 것에 대해 ‘가족기업’이라는 논리를 편 것이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에 대해서도 “다스 소송비에 삼성이 관여됐다는 주장은 이번 검찰 수사에서 처음 접했다”면서 “워싱턴 큰 법률회사가 무료 자문해준다는 말은 들었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챙겨보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고 밝혔다.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더라도 ‘나는 몰랐던 일’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일은 없다”면서도 “제 지휘 감독하에 있는 직원들이 현실적 업무상 필요에 의해 예산을 전용하고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 측근과 다스 핵심관계자 등 증인 신문과 물증 공개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힌다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다스가 가족기업’이라는 이 전 대통령 주장에 대해 “관계자들 진술은 물론이거니와 지분 상속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가족 회사라는데 이익을 한쪽(이 전 대통령)에서 거의 다 가져가는 게 상식적으로 맞나”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부 중 하나인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에 배당됐다. 정 부장판사는 중앙지법 부패전담부에 처음 임명된 여성 재판장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