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초대석] 유구현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 “청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력 2018-04-09 17:20 수정 2018-04-10 11:18
“전력수요의 증가율이 감소하고 전원별 이용률이 저하되면서 국내 전력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발전공기업으로서 경영합리화를 위해 해외 진출에 따른 투자사업 리스크관리 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유구현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은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고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소극행정과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는 등 적극행정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0월 취임한 유 상임감사위원을 지난 2일 남부발전 본사가 위치한 부산에서 만났다.
유구현 상임감사위원은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일념으로 전 직원들의 의식개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공공기관의 윤리·도덕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데 그 중요성을 어떻게 보나.
“공공기관의 윤리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공공기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일부 기관에서 국민과 주주(株主)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른 발전사의 건설비리 의혹, 자재 납품관련 향응접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런 차원이다.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곧 사회 전반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공기업을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따라 국가 명운과 존망이 걸려 있다. 공기업의 윤리성이 깨지면 국가 전체의 윤리성이 무너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공공기관의 감사업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가.
“물론이다. 공공기관은 단순히 법과 규정을 지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업무 담당자 개인의 적극적 청렴 노력이 결국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다. 기관 내부에는 아직도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내부감사는 회사 경영의 합리화를 위해 매우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결국 공기업의 경영이 감사 역할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

-사전예방 차원의 감사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과거 감사는 적발과 처벌 위주였다. 사후약방문식 감사로 그칠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감사는 무엇보다 문제 발생 전에 발견함으로써 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일상감사를 강화하고, 경영의사 결정단계의 리스크 예방을 위해 경영에 대한 제언을 시행했다. 또 적발 위주에서 탈피한 예방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유구현 상임감사위원은 “공기업의 윤리성이 깨지면 국가 전체의 윤리성이 무너진다”며 공공기관 감사업무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유 상임감사위원은 상시적 방만 예방을 위한 일감감사 고도화에 감사업무의 초점을 두고 있다. 방만 요인이 경영리스크로 커지기 전에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에서다. 이에 사업 진행 계획안에 대해 최종 결재권자 승인 전에 일상감사 단계에서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2633건의 일상감사를 수행하고, 의견제시 979건(37.2%(으로 경영개선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상감사를 통한 재무성과도 115억원으로 전년대비 44억3000만원이 늘었다.

-사전예방을 위한 경영제언 사례가 있다면.
“2016년 10월 취임 후 현재까지 총 20회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에 100% 참석했다. 경영의사 결정단계에서 경영리스크의 사전예방 차원에서 적극적 제언을 통해 21건의 경영제언을 시행했다. 대표적 사례로 나이지리아 온도 가스터빈 발전소 운전·정비 계획안에 대해 면밀한 사업분석 및 관리를 통한 리스크예방을 철저히 하도록 조치를 요구했다. 또 신인천복함 연료전지 건설기본계획안에 대해 객관적 기술평가방안 및 입찰평가기준 수립을 요구하는 경영제언을 통해 2단계 입찰평가체계 구축을 유도한 바 있다.”

-방만경영 예방을 위한 감사 사례는.
“우리가 운영하는 삼척발전소 석탄취급설비에서 4차례(2015. 12~2017. 4)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력거래 손실, 복구비용 등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감사실에서는 화재원인에 대해 설계측면, 관리 및 운영측면, 비상대응측면 등 분야별 취약사항을 심층 발굴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집중 예방감사를 시행했다. 대륜발전 투자관리 과정에 있어서도 사업 초기 경제성 평가자료에 대한 적정성을 재점검하고, 출자회사 부실경영에 대한 대응소송을 추진했다. 출자회사 경영성과 보고시 이사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경영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했다.”

남부발전 감사실에서는 현재 법인카드 집행 등 12개 방만위험요인에 대한 상시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고 있다. 익명신고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폰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전 직원에 배포했다. 내부신고를 위해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과정을 없애고, 익명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고자 보호를 위한 세칙을 개정했다. 구매, 공사, 용역 계약에 대해 감사실에서 해피콜을 직접 시행하고 있기도 한다.
유 상임감사위원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윤리 순회 특강을 시행하는 등 청렴 선도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또 경영진의 청렴연수원 청렴교육을 시행하고, 전 직원에게 청탁금지법 준서 서약을 받기도 했다. 유 상임감사위원은 “‘부패가 곧 고통’이라는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에서 뇌물 등 부패사건 공판체험을 실시했다”며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일념으로 전 직원들의 의식개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유구현 상임감사위원은 “윤리성을 기반으로 남부발전이 미래에너지산업의 리더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특성상 조직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동안 감사에 대한 시각은 ‘조사’ ‘처벌’ 등의 단어가 먼저 떠올랐다. 이런 연고로 감사와 감사인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소통이 단절될 수 있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감사실에서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경영컨설팅에 초점을 두고, 상담이나 컨설팅을 통해 소통창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본사 경영진급 처·실장과 일대일 소통기회를 가지고, 경영 현안이나 사업추진 전반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매 분기마다 시행한다. 현장과의 소통도 무척 중요하다. 본사는 물론 각 사업소를 직접 방문해 청탁금지법, 우수감사사례 등을 주제로 순회특강도 그동안 7차례나 가졌다. 이와 함께 조직의 활력소 역할을 맡아 일하는 분위기 정착을 위해 맞춤형 감사행정을 도입했다. 지난해 우수한 감사사례를 28건 발굴해 포상 및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향후 포부는.
“발전공기업은 국가산업 발전에 초석이 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기관의 감사최고책임자로서 다가올 미래의 경영위험 리스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과거 공직감사 경험과 지식을 기관의 효율적 운영, 미래지향적 발전방향 등을 모색하는데 접목함으로써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특히 발전설비의 효율 개선과 수익 중심의 개선대책을 지속적으로 조치하고자 한다. 경영개선을 위한 LNG 연료의 직도입도 검토 중이다. 남부발전이 미래에너지산업의 리더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양정원 기자 yjw7005 @kmib.co.kr

yjw70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