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타수 무안타… 알고도 못 치는 오타니의 스플리터

입력 2018-04-09 15:23
미국프로야구(MLB)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9일(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1회초 투구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프로야구(MLB)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9일(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7회 1사까지 단 1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7이닝 무실점, 시즌 2승째를 거뒀다.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모두 헛스윙 삼진이었다. 스플리터의 위력이다.

ESPN에 따르면 오타니는 이날 91구를 던지는 중 34개의 스플리터를 구사했다. 오클랜드 타자들은 이 34개의 스플리터 가운데 21차례 방망이를 냈는데, 16차례가 헛스윙이었다. 지난 2일의 등판 기록과 합치면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대해서는 총 37차례의 스윙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26차례가 헛스윙이다. 스플리터로 투수와 타자 간 승부가 결정된 경우를 살펴보면 19타수 무안타다.

오타니의 스플리터 구속은 놀랍게도 시속 88~89마일 수준에 형성된다. 그 자체로 빠른 속도지만, 90마일대 후반의 직구와 함께 구사되기 때문에 위력이 더해진다.

ESPN은 “스플리터는 일본 야구에서 인기 있는 구종”이라며 “다나카 마시히로(뉴욕 양키즈)도 좋은 스플리터를 갖고 있지만, 오타니만큼 빠르게 던지지 못하며 때때로 ‘행잉’으로 구사된다”고 했다. ESPN은 또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역시 스플리터가 좋지만, 직구 최고 구속이 90~91마일에 머물게 되면서 타자들이 투구 사이사이에 좀더 잘 대응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ESPN은 오타니의 직구-스플리터 조합 레퍼토리를 1986년 내셔널리그 탈삼진왕(306개)이자 사이영상 수상자인 마이크 스콧에 빗댔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지는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알고도 못 치는’ 수준으로까지 언급되고 있다. ESPN은 이날 오타니의 마지막 투구가 된 맷 올슨의 헛스윙 삼진에 대해 “이날 최고의 스플리터였다”고 평가하며 “올슨도 관중도, 풀카운트에서 스플리터가 올 것은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