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왜 김문수를 공천했을까… 그가 보는 ‘6·13 판세’

입력 2018-04-09 14:57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라인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한국당 10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공식 추대한다. 지방선거의 핵심인 서울시장은 3파전이 됐다.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민주당 후보는 누가 되든 40%대 지지율로 단연 앞서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예비후보가 20%대로 2위, 김문수 후보를 넣어 조사했더니 15% 안팎으로 3위에 그쳤다.

지난주 실시된 리얼미터의 이 조사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탄핵으로 정권이 바뀐 뒤 실시되는 첫 선거에서 한국당은 탄핵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다. 기존 텃밭을 제외하곤 고전할 수밖에 없는 터에 설상가상의 인물을 공천한 셈이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경쟁에서 제1야당이 이렇게 밀리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홍 대표는 왜 이런 공천을 강행하는 것일까.

그 배경을 짐작하려면 홍 대표가 이번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지난주 그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시선을 일부 내비쳤다. 나름대로 분석한 판세를 설명하며 선거 구도를 예측했다. 바른미래당과의 연대 가능성 같은 것은 애당초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았다. 홍 대표는 “광역 6곳 확보를 통한 현상유지”를 한국당의 지방선거 승패 기준으로 삼았다.

◆ “여섯 개 못 지키면 물러난다”

지난 5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조금 흥분해 있었다. 한 언론에서 한국당을 가리켜 “공동묘지 같다”는 비판을 내놓자 거친 언어로 반박했다.

“오늘 언론에서 죽은 정당이라고 하는 걸 보고 참으로 유감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야당이 일사불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다. 여당은 사정의 칼도 있고 그래서 내부 분란이 있어도 잠재울 수 있다. 야당은 분란이 있으면 자멸한다. 언론에서 죽은 정당이라고 표현하는 건… 내 참 기가 막힌다.”

이어 “내가 책임진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현상유지 여섯 개 못하면 내가 책임진다고 이미 말했다. 내가 반드시 책임진다.” 그가 말한 ‘여섯 개’는 광역단체장 6곳을 뜻한다.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1이다. ‘+1’은 인천 강원 충북 충남 중 한 곳을 말한다. 이 여섯 곳 판세를 예상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홍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경남은 우리가 앞서 있고, 울산도 우리가 앞서고. 대구·경북은 말할 것 없고. 부산은 박빙이다. 수도권이 아직 우리가 밀리고 있다. 그리고 충남이 박빙이다. 대전이 우리가 조금 앞선다. 충북·강원은 우리가 조금 밀린다. 전국 판세는 대강 이렇다. 아직 70일이 남았다. 요즘 선거는 불과 2~3일 만에 민심이 바뀐다.”

홍 대표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분석은 여의도연구소 조사와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여섯 개”가 어느 지역을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기존 한국당 지역 6곳을 말하는지, 어디가 됐든 6곳을 확보하느냐 못하느냐가 승패 기준이란 건지 분명치 않다.

아무튼 ‘6곳 확보’에 실패할 경우를 묻는 질문에 그는 “사퇴한다고 했잖아. 대표직 내려놓는다고 했다. 광역단체장 여섯 곳, 이게 현상유지다. 집권 1년차에 현상유지라도 해야지. 우리가 총선의 터전을 마련하는 건데, 현상유지 하는 게 이기는 거다.”


◆ “서울 놓쳐도 경남은 빼앗기면 안 돼”

홍 대표는 경남지사 선거를 유독 강조했다. 김태호 전 지사를 사실상 공천한 터였다. 그는 “김태호가 내 전임 지사다. 내가 그 바통 이어받은 거고. 그 중간에 김두관이란 사람이 있었지만. 이번 경남 선거는 전·후임 지사의 신임을 동시에 묻는 그런 선거가 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남지사 선거는 해봐야 하겠지만 나는 결코 진다고 생각 안한다. 김태호가 못나가게 되면 나라도 마지막에는 대표 그만두고 나가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서울에서 지더라도 경남을 지면 정말 당이 어려워진다. 마지막에는 나라도 나가야 겠다는 그런 생각도 했다. 김태호 카드는 한국당으로선 최상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그가 예상한 판세에 따르면 부산이 박빙인 상황에서 경남마저 흔들리면 한국당의 텃밭이 영남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 더욱이 경남은 홍 대표 자신이 지사를 지내다 대선 출마를 위해 조기 사퇴한 곳이다. 이제 당 대표로 그 선거를 지휘하게 됐다. 홍준표 체제에서 한국당 후보의 당선이 가장 유력해야 할 곳 중 하나인 터라 만약 패할 경우 그 타격은 한국당뿐 아니라 홍 대표에게도 직접 미칠 수 있다.


◆ “서울시장, 3자 구도라야 한국당에 승산”

홍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양강구도에선 한국당이 이길 수 있는 선거”라고 예측했다. 그는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판단했다. 양강구도에선 승산이 없다. 그런데 3자 구도로 가면 오히려 우리한테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바른미래당은 조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안철수 예비후보가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신생정당이기에 이를 뒷받침해줄 조직력이 없어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안철수 후보는 3등”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첨부터 그랬다. (안철수는) 나와봤자 3등이다. 두고보라. 바른미래당 조직으로는 서울시잔 선거는 뜬구름잡기다. 그렇다고 정당 지지세가 압도적으로 높지도 않다. 조직도 없고 정당 지지도도 약해서 안철수 후보 혼자서 싸우게 된다.”

이런 주장과 함께 그는 서울시장 선거도 한국당이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승리를 전망하는 톤은 그리 강하지 않다. ‘김문수 정도면 안철수한테는 이길 것’이란 뉘앙스가 깔려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꼭 이겨야 한다는 의지는 별로 읽히지 않는다. 전체 선거판을 살펴야 하는 당 대표 입장에서 주력하는 곳은 영남권임을 분명히 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우익 결집’에 효과적인 카드로 여겼을 수 있다. 그는 탄핵 정국부터 강경 우익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이번 선거를 ‘좌파 대 우파’의 대결로 끌고 가려는 홍 대표에게 그는 한국당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고 지지층을 끌어모을 적임자로 비쳤을 것이다. ‘김문수 공천’의 배경에는 서울시장이란 타이틀보다 전체적인 선거 구도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