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공격에 쓰러진 시리아 아이들… “트럼프 ‘철군 발언’이 원인”

입력 2018-04-09 10:53 수정 2018-04-09 14:31
사진=AP/뉴시스

시리아 정부가 또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해 7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 발언’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을 촉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시리아 두마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70명 넘게 사망했다고 구조대원과 의료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자가 180명에 달한다는 현장 보고도 있지만 밤인 데다 계속되는 정부군의 공세로 현장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6일부터 두마 지역에 대한 공습과 포격을 재개했다.

두마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거점 동(東)구타에서도 마지막 남은 반군 지역이다. 이번 화학무기 공격은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지휘하는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당국은 ‘반군이 기획한 날조’라고 전면 부인했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온 러시아도 화학무기 사용 사실을 부인했다.

현지 민간구조대 ‘화이트 헬멧’과 반정부 단체 ‘구타 미디어센터(GMC)’는 헬기들이 두마 상공에서 드럼통에 독가스를 채운 폭탄을 떨어뜨려 사람들이 질식사하거나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사진=AP/뉴시스

화이트 헬멧은 “70명이 질식사하고 수백 명이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고 GMC는 “75명 넘게 질식사하고 1000명 이상이 가스 공격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전했다. 시리아 병원들과 협력하는 미국 자선단체 의료구호단체연합(UMRO)은 다마스쿠스 지역 전문병원이 70명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격에 쓰인 화학물질은 신경계 독가스인 사린으로 추정되고 있다. UMRO는 사람들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신경가스 노출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 발언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화학무기 공격을 촉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8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이 시리아로부터 조기 철군할 것이란 신호를 전 세계에 보냈다”며 “바샤르 아사드와 그를 지원하는 러시아, 이란은 그 말을 듣고 미국이 행동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 대담해져서 두마에 또다시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파견된 미군을 조속히 귀국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4일에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를 분쇄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급속하게 종료를 향해 가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매케인은 이번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사드에게 전쟁범죄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년에 걸친 (시리아에 대한) 무대응 이후 나쁜 선택들을 물려받았다”고 밝혔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