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트레이트, “퇴선방송했다”던 김경일 야산까지 쫓아가

입력 2018-04-09 10:40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8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세월호 참사 4주기 특집 프로그램은 세월호 사건에서 유일하게 형사 처벌된 해경 김경일 정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구두를 신고 야산까지 쫓아가는 기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해경의 교신 기록(TRS)을 입수해 2018년 4월 16일 세월호 구조 상황을 재구성하며 의혹의 출발점인 김경일 정장을 만나러 갔다. 김씨는 세월호 구조 책임자 중 유일하게 형사처벌된 인물로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3년형을 받고 최근 만기출소했다.

취재진은 김씨가 구조 방기와 진실 은폐의 책임을 왜 혼자 져야 했는지, 상부의 개입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김씨의 본가로 찾아가 그의 행방을 수소문했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에게 최근 그를 본 적이 있는지 묻자 “여긴 못 오죠. 이 상황에”라는 답변을 들었다.

취재진은 김씨의 자택이 있다는 목포로 발길을 돌렸다. 기다린 지 10시간 만에 귀가하던 김씨를 만났다. 10분만 대화를 나누고 가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김씨는 “저 아니에요. 저 아닙니다. 수고하세요”라며 처음엔 자신이 김경일 정장이라는 사실마저 부인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양윤경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퇴선 명령을 했다고 거짓말하기로 혼자 결정했는지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대답을 피하며 뛰기 시작했고 양 기자는 구두를 신고 끝까지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석균 해경청장부터 시작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혼자 책임진 것에 대해 내가 혼자 다 뒤집어썼다는 생각도 드실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묻자 김씨는 “아니요. 그런거 없어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책임진 거 아닙니까?”라며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한 언급 없이 자신이 잘못해서 책임졌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캡처

취재진은 인터뷰를 계속 피하는 김씨에게 마지막으로 퇴선 명령을 왜 안 했는지 유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이에 김씨는 “몰라요. 아니요. 미안한 줄 아는데 말해 뭣하겠어…”라고 말을 흐리더니 갑자기 근처 야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양 기자 역시 구두를 신고 야산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김경일 정장은 끝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왜 저렇게까지 인터뷰를 피하는 걸까요? 저 피하는 모습 뒤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라며 세월호의 진실 규명은 김경일 정장이 진실을 말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 “김경일 정장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려고 만난 게 아니다. 그의 입을 통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었다”면서 김씨가 책임을 느낀다면 그날과 관련된 모든 일을 털어놓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남겼다.

MBC 스트레이트는 다음 주에도 세월호 참사 4주기 특집편을 방송한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