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안개 공전’ 4월 국회… 표류하는 개헌·추경

입력 2018-04-09 10:29

개헌과 일자리 추경을 다루는 4월 임시국회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거듭해 만나긴 하지만 협상의 실마리를 도무지 찾지 못한다. 9일 여야 원내대표 4명의 조찬 회동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라면 6월 개헌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청년 일자리를 위한 추경도 우려했던 대로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이날 임시국회 정상화와 개헌 등을 논의하기 위해 조찬 회동을 했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노회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파행 중인 4월 임시국회 일정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회동 시작 전 “여의도에서 안개를 걷어내자”며 협상 의지를 나타냈던 각 당 원내대표들은 1시간가량 의견을 조율하다 끝내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헤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송법 개정은 어제(8일) 제가 제안했듯 (정치권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정당이 추천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하고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리자고 더 얘기를 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바른미래당은 조금 더 상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고 한국당은 ‘박홍근 안'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과 관련해서는 권력구조 문제를 둘러싸고 행정권력·의회권력을 구분하고 의회권력에 행정권력 견제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게 저희 주장"이라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속적으로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와 관련해 우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반 국회의장 회동에서 방송법 등에 합의가 되면 본회의를 하는 것이고 아니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19일 청와대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수용만 있다면 대통령제를 포함한 권력구조에 대한 입장 변경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재 전혀 전향된 입장이 없다"며 "지금 (협상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대는 부분에 대해 어떤 협상의 여지도 없다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며 "(여당의) 방송법 논의도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로 밖에 생각할 수 없고, 국회 정상화에 대해서도 야당 입장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찬 회동에서는 개헌과 관련해 총리추천제 관련 논의도 있었다. 역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당은 ‘국회에서 총리 선출’을, 평화와 정의에서는 절충안으로 ‘국회에서 총리 추천’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선출제를 반대하고 추천제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요구하는 강경 분권제를 주장하지 않는다면 총리추천제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 안을 준비해보라는 말을 한 것이며, 입법권과 행정권을 분명히 나누는 원칙 아래 가능한 안이 있다면 만들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극한 대치로 개헌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6월 개헌’은 국회 자체 개헌안 마련도 문제지만, 6·13 지방선거와 개헌안 동시 투표를 위해서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야 가능한 일이다. 국회 안전행정위는 지난 6일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재외국민투표 신청 등 실무적인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23일쯤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 시간은 2주밖에 남지 않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