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B정권의 실패 요인’을 진단했다. 뒤를 이은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원인도 함께 분석했다. 홍 대표가 본 두 정권은 같은 이유로 비참한 말로를 겪었다. 그는 “공동의 정적에게 똑같이 당했다”고 표현했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오늘 MB도 기소된다고 한다. 10년 전 경선 때 (박근혜 진영과의) 앙금을 극복하지 못하고 서로 집권 기간 내내 반목하다가 공동의 정적에게 똑같이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를 거론하며 "2008년 봄 압도적 표차로 정권을 잡고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양보한 것을 구실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면서 광우병 괴담으로 좌파들은 광화문에서 촛불로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MB 정권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아침이슬 운운하며 허위와 거짓에 굴복하는 바람에 집권 기간 내내 흔들렸다"고 했다.
이어 "뒤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권도 100% 국민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로 좌파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광화문에서 좌파들의 주도로 촛불을 든 세력들에 의해 탄핵당하고 감옥에 갔다"고 말했다.
두 정권이 ‘좌파세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똑같이 촛불에 무너졌다’고 진단한 것이다. 자신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더 강경한 ‘우익 정치’를 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홍 대표는 "적은 밖에 있는데 아군끼리 총질하고 싸우다가 똑같이 당한 것"이라며 "더 이상 내부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이 비난 목소리를 내자 내부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공천도 이제 마무리 국면이다. 이번에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은 다음에 기회를 가지면 된다. 멀리 보고 가자. 깨어있는 국민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6·13 지방선거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김문서 전 경기지사를 10일 서울시장 후보로 공식 추대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3파전' 구도가 확실시됐다. 홍 대표는 직접 "(서울시장 후보는) 김 전 지사로 결론이 났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박원순 현 시장을 비롯해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두고 겨루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지난 8일 서울시장 선거 가상대결 시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자유한국당 김 전 지사를 모두 이긴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김 전 지사는 박 시장과 박영선·우상호 의원을 번갈아 경쟁상대로 넣은 결과 15.8~16.6%의 지지를 받았고, 안 위원장은 20.0~20.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은 세 후보가 모두 40.5~50.3%로 지지율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지사와 안 위원장 지지율을 합해도 민주당 후보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조사는 서울시 거주 성인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지난 5~6일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