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침 출근길에 서울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달린 사람들은 ‘낯선 서울’을 봤다. 올림픽대로에선 강 건너 북쪽이, 강변북로에선 한강 다리 너머 남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로막아 한강을 사이에 두고 반쪽 서울을 만들었다. ‘매우 나쁨’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도 연출하지 못한 이례적 풍경이 펼쳐졌다.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과 서해안 일대는 이날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오전 5시 기준 가시거리는 인천이 불과 30m였다.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정계 관측 가시거리는 인천 강화군 70m, 경기 고양시 100m, 강원 양구 해안과 평창 봉평 230m 등이었다.
기상청은 ‘찬비’와 ‘복사냉각’이 이런 안개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8일 내린 비를 찬비(차가운 비)라고 표현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비가 내렸고, 이 비는 봄을 맞아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지면에 부딪혔다. 차가운 비가 따뜻한 땅과 만나 수증기를 많이 뿜어냈는데, 그 양이 대기 중에 담겨 있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안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맑은 날씨도 한 몫을 했다. 날이 맑으면 복사냉각 효과가 커진다. 이는 기온을 떨어뜨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대기 중에 습기가 포함돼 있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 역시 안개 현상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자욱하게 도시를 휘감아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 9일 출근길의 안개는 찬비와 복사냉각의 합작품이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짙은 안개가 끼면서 항공편이 잇따라 결항되거나 지연됐다. 인천공항은 오전 5시를 기해 저시정 경보가 발효됐다. 안개로 인해 일본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피치항공 여객기 1편이 운항 도중 일본 간사이 공항으로 회항했다. 김포공항도 안개로 인해 국내선 출발과 도착 항공편이 각각 2편씩 결항했다.
항공기상청 관계자는 "전날 비가 내린 데다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은 탓에 짙은 안개가 끼어있다"며 "인천공항의 경우 오전 8시까지 발효된 저시정 경보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낮까지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계속되겠으나 밤부터 남서풍이 몰고 온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추위가 풀릴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안개도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모든 권역이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내다봤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