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서 직접 만나기도… 상징성 큰 회담 장소 관련 北, 평양·울란바토르 선호
스웨덴도 자국 내 개최 제안… 6월로 회담 연기 가능성도
북한과 미국이 오는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이미 수차례 직접 접촉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은 회담 장소로 평양을 선호하고 있으며,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북한과 미국이 우선적으로 정상회담 장소를 확정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실무회담을 가졌으며 제3국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만남 때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복수의 미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정상회담 준비가 진척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구체적 동향이 알려진 것은 CNN 보도가 처음이다. 다만 “현재 회담 개최 목표는 5월 말 또는 6월”이라는 미 관료의 발언에 비춰보면 미국이 회담을 6월로 연기할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대화 채널은 신임 미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CIA 내 비밀팀이며, 북측은 정찰총국 관계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국장이 청문회를 마치고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추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공식적인 고위급 회담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나 이용호 외무상 등 외교라인으로 바뀔 수 있다.
북·미의 실무회담이 장소를 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은 정상회담 장소가 가지는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또 장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회담 날짜도 결정되고 의제도 논의될 수 있다. CNN은 북한이 평양에서 회담을 열자고 밀어붙이고 있으며, 울란바토르도 가능한 장소 중 하나로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평양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장소로 검토된 바 있다. 정상회담이 적국에서 개최된다면 다른 장소들보다 극적인 효과가 크겠지만 미국 당국이 정치적 부담이나 경호상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즉흥적인 성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방북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몽골의 경우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데다 ‘제3국’이라는 점 때문에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 몽골은 ‘울란바토르 안보대화’를 개최하며 북한 핵문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
장소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7일 “스웨덴과 몽골 양국 정부가 북·미 양측에 자국에서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스웨덴은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북한에 억류된 미 국민의 영사 면회 업무 등을 해 왔다. 지난달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교장관과 북한 이 외무상 간의 회담도 스웨덴에서 열렸다.
아사히에 따르면 스웨덴과 몽골 정부의 제안에 대해 아직 북한과 미국이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