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 말 듣고 “액운 없앤다”… 아기 학대·시신 훼손한 여성

입력 2018-04-09 00:14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픽셀즈

사이비 무녀를 맹목적으로 따르던 한 여성이 “액운을 없앤다”며 자신이 낳은 아기를 향불로 학대해 숨지게 하고 불을 붙여 시신을 훼손했다. 2010년에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8일 A씨(40)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최종두)는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위반과 사체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언니 소개로 사이비 무녀 B씨를 알게 돼 맹목적으로 따르게 됐다. A씨는 방생 기도로 가족의 액운을 막을 수 있다는 B씨 말에 속아 전국 사찰을 돌았다. 기도 자금을 대느라 많은 대출을 받아 빚 독촉에 시달려 2009년쯤 B씨 권유로 B씨 사촌 동생인 승려가 있는 절에 몸을 숨겼다.

그러다 2010년 2월 승려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 사실을 안 무녀 B씨는 “절에 기도하러 보냈는데 왜 애를 만들었느냐”면서 “액운이 사라지지 않아 아기에게도 ‘연비’ 의식을 하겠다”며 6개월 된 아기 몸 곳곳에 향불을 놓는 학대 행위를 했다. 화상을 입은 아기가 하루 만에 숨지자 이 둘은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경북의 한 야산에서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여 훼손했다.

A씨의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B씨 지시로 생후 17일 만에 퇴원했고 신생아 필수 예방접종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다.

7년 동안 묻혀 있던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A씨 아들이 초등학교 취학 예비소집일에 불참하자 학교 측이 경찰에 A씨 아들의 소재 확인을 요청하면서 드러났다. 무녀 B씨는 2011년 지병으로 사망해 기소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6개월 된 아기를 보호·양육할 의무가 있음에도 몸에 향불을 놓은 종교 행위인 ‘연비’로 아기를 학대하고 치료하거나 보호하지 않았다”며 “시신까지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A씨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어 “초범인 A씨가 공범인 무녀의 사이비 종교관에 지배당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판결을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