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한 노원구 여고… 포스트잇으로 전한 목소리

입력 2018-04-08 13:54

서울 노원구의 한 여자고등학교 창문에 ‘위드유(#Withyou)’ ‘We can do anything(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남자 교사들에게 당했던 성폭력·성추행을 고발한 여고생들은 울면서 미투 문구를 포스트잇으로 붙였다. 포스트잇을 떼라는 교내방송과 “가족 같은 관계인데 왜 이런 것을 붙이냐”는 일부 선생님들의 목소리에도 굴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도리어 “그럼 누가 우리를 지켜주느냐”고 되물었다.

창문에 붙은 이 문구는 노원구 한 여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업 후 포스트잇으로 만든 것이다. 이 사진은 빠르게 공유됐고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을 수업에서 배제하고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고등학교 교사 수 명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최근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학생들은 “지목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스스로 위로하느냐’면서 부적절한 언어 선택과 과도한 스킨십으로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줬다”며 “성추행 사실을 계속 은폐하려 하고 있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항의를 (학교가) 모른 척했다”고 주장했다.

한 재학생은 “오늘(6일) 3학년 학생들이 6교시가 끝난 후 창문에 #위드유(#Withyou) 같은 문구를 포스트잇으로 붙였다”며 “이런 일이 일어난 이상 우리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고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3학년 졸업반 학생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번 신학기 상담 중에도 많은 아이들이 신체적·언어적 추행을 당하고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울기만 했다고 한다.

여고 학생회도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학생들은 이 게시물에 ‘학생을 보호해주세요. 진실을 요구합니다. #미투’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선생님들의 반응은 달랐다. 교내 방송에서 학생들이 붙인 미투 문구를 떼어 내라고 하면서 “가족 같은 관계고 아직 밝혀진 것도 없는데 왜 이런 것들을 붙이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학생들은 “그럼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느냐”라며 “누가 우리를 지켜주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