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4개월 체납 아파트서 숨진 지 2개월 넘은 시신 발견
수개월 전 남편 사별 아내 딸 숨지게 한 뒤 극단 선택한 듯
사회복지계, 충격 받은 모습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관리비를 4개월 체납한 집에서 심하게 부패된 40대 여성과 어린 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숨진 지 2개월 이상 됐는데도 아무도 이들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6일 충북 증평소방서와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증평군 증평읍 소재 D아파트 4층 안방에서 A씨(46)와 딸(4)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날 오후 5시10분쯤 4개월간 관리비를 체납한 세대의 문을 따기 위해 119에 신고했으며, 부패 상태가 심각한 모녀의 시신을 안방에서 발견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과 사별한 뒤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수개월 전 딸을 먼저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뒤따라 숨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모녀가 숨진 방에서 약병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관리소 직원은 경찰에서 “장기간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않은 세대가 있어 119에 신고해 소방관과 함께 들어가 보니 시신이 심하게 부패돼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오랜 기간 관리비를 내지 않았다”는 아파트 관계자의 말로 미뤄 모녀가 숨진 지 2개월 이상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유서가 발견됐으나 ‘힘들다’는 표현만 있다”며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시신이 많이 부패한 상태이지만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모녀의 정확한 사망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남편과의 사별 이후 이 가족의 행적에 대해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일가족의 비극에 대해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촘촘한 복지를 통해 시각지대를 없애는데 앞장서온 사회복지계에서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남편과의 사별 이후 생을 마감한 일가족의 비극을 막지 못한 것은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어떤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상황에서는 비극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평=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