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60년 만에 배달된 ‘엄마의 편지’

입력 2018-04-07 12:00
워싱턴포스트 보도화면 캡처

‘까똑’

익숙한 소리입니다. 스마트폰 메신저는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연락하기 아주 수월합니다. 쓰기 쉽고 전송이 빠르거든요. 그 때문인지 몇 분간 답장이 없을 땐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메신저는커녕 이메일조차 쓰지 못했을 과거에는 편지를 주고받던 길고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하루 정도면 참아볼 만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얼마나 긴지, 도착까지 무려 60년이나 걸린 편지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크리스틴 컴즈는 미국 인디애나주 북부 도시인 고션시에 있는 호텔 ‘퀄리티 인 앤 스위츠’를 관리하는 매니저입니다. 아름다운 호수가 많은 휴양지여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죠. 투숙객을 받고 호텔을 청소하고 직원들을 관리하는 게 그녀의 일입니다.

하루는 컴즈의 눈에 낡은 캐비닛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건지 먼지가 쌓여 있었죠. 캐비닛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캐비닛 서랍을 하나하나 빼가며 청소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때, 컴즈는 서랍 깊숙한 곳에서 한장의 엽서를 발견했습니다.

앞면에는 캘리포니아 거리에 줄지어 선 야자수 사진이 담겨 있었습니다. 반대쪽에는 글자로 가득했습니다. 3센트짜리 우표도 함께 붙어 있었죠. 자세히 보니 엽서에는 1958년 8월 26일이라고 쓰여있었습니다. 보관 상태가 좋아 알아볼 수 있었죠. 보낸 날짜 같았습니다.

컴즈는 외쳤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리고 곧바로 엽서의 원래 주인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단서는 엽서에 적힌 받는 이의 이름뿐이었습니다. 어려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60년 만에 온 편지가 줄 기쁨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컴즈는 수신인란에 적혀 있던 샤론 앤 공워라는 이름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의 주인을 찾기 위해 온 도시 구석구석을 뛰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호텔 근처 와카루사 마을에 엽서의 주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화면 캡처

컴즈와 공워는 드디어 만났습니다. 엽서를 건네받은 공워는 보낸이가 45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 “1973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이제는 어머니의 유품도 거의 없습니다”라면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오래된 엽서를 그냥 버렸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자신을 백방으로 찾아다닌 컴즈의 손을 꼭 붙잡으면서요.

컴즈는 자신이야말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웃었습니다. 그냥 지나친 채 버려졌을지도 모를 편지를 우연히 찾았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되레 “오늘 당신을 미소 지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딸이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며 엽서 빈 곳을 채웠을 어머니의 정성은 60년이 지난 후에야 전해졌습니다. 수십 년 동안 어디서 방황했는지, 어떻게 묵은 캐비닛 속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컴즈의 배려와 함께 엽서의 감동은 그 세월만큼이나 겹겹이 쌓여있었으니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