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노동으로 직원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온라인 교육업체 '에스티유니타스'가 자사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웹디자이너 A(여·36)씨 유족의 자료 요청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쏙 뺀 자료를 건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공단기', '영단기' 등으로 많이 알려진 온라인 교육업체다.
6일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측은 뉴시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가 960페이지의 쓸모없는 정보와 가린 정보를, 다 보낸 것도 아니고 취사선택해서 보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이어 “자기들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얘기 하겠지만, 우리 화를 돋구는 자료를 보낸 것”이라며 “회사는 미안하다는 얘기도 없고, 아무 코멘트가 없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던 고인한테 이런 식으로밖에 대접을 못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유족 측은 법원 증거보전신청을 통해 최근 회사로부터 업무일지, 컴퓨터 로그파일, 취업규칙 등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대책위 측은 업무일지의 경우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도록 중요한 내용들은 모두 가린 채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A씨의 컴퓨터 작업 기록을 볼 수 있는 로그파일은 컴퓨터 파일 형태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 무려 96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 형태로 전달됐다
대책위 측은 “분석을 우리에게 하라고 (자료를) 보낼 거면 최소한 (컴퓨터) 파일로 우리한테 보내줬어야 한다”며 “그렇게 받은 상태에서는 최초 원본이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로그파일은 운영 체제나 다른 소프트웨어가 실행 중 발생하는 이벤트나 각기 다른 사용자의 통신 소프트웨어 간 메시지를 기록한 파일을 말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앞서 유족들은 지난 1월 A씨의 자살 이후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한 사건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출퇴근 기록 등의 증거자료를 에스티유니타스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유족 측은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사용 기록으로 A씨의 출퇴근 기록을 파악해야 했다. A씨의 사망을 이달 언론에 알리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 이유다.
이후 법원은 유족 측의 증거보전신청을 받아들였고, 회사가 증거 자료들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유족 측은 회사가 자료 제출마저도 지연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원래 법원 명령서를 받고 난 다음에 2주 내에 보내는 건데, 한참을 안 받으면서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유족 측은 법원을 경유해 회사의 증거자료를 받았다. 하지만 대책위 측은 업무일지, 로그파일 등 해당 자료들에 대해 “굉장히 불성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에스티유니타스 측은 이 같은 부분들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면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입장문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할 계획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는 “유족 측에서 변호사와만 얘기하라고 해서 유족을 만나는 것 자체를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이날 오후 5시40분쯤 입장문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당사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번 일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근로감독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충실히 조사에 이행하고 있다”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노력과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족 측은 A씨의 사망이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 근무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