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가 6일 선고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등을 대부분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18개 중 16개를 유죄로 봤다. 형량은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 검찰은 앞서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을 구형한 터였다. 이 형량은 어떻게 도출된 것일까.
◆ 직권남용과 강요, 대부분 유죄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자금을 출연할 기업들은 설립 계획이나 목적을 검토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거액을 출연하도록 압박받았다”면서 “최순실씨 추천대로 재단 인사가 결정됐으며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사전에 숙지했다고 판단돼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범행 공모관계와 직권남용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박 전 대통령)은 기업들에 출연을 요구하고 이행하도록 강제했다”면서 “대통령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개인·기업은 흔치 않을 것으로 보이며 대통령 지시에 응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불안감도 충분했다”고 했다.
◆ “공모 금액과 유·불리 정황 고려… 응당한 법정형”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가 원수이며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을 증진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최순실과 공모해 기업에 출연을 요구하고 최순실이 운영을 주도하는 재단에 기업의 금전적 지원을 요구했다”면서 “기업들로 하여금 출연과 지원을 강요했으며 직권을 이용해 사기업 인사에도 관여하는 등 기업 재산과 자유를 침해하기도 했으며 공무상 비밀 문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문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문화계 개인·집단에 정부 보조금 등 지원을 끊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도 했다”면서 “다수 예술인이 유·무형의 피해를 봤으며 위법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이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런 헌법상 위법 사안으로 피고인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까지 겪었고, 위법 사안은 대부분 최순실씨와 연관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이같은 내용을 모두 부인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최씨나 기타 주변인에게 전가했으므로 피고인에게 범죄 사실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물 수수와 관련한 판례는 5000만원 이상 수수할 경우 징역 7년, 1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한 사례가 있는데 피고가 공모한 금액은 230억원이 넘어 이에 상응하는 벌금과 법정형이 내려질 것”이라며 “삼성에서 받은 72억원 중 피고가 직접 수수한 것은 없고, 롯데에서 받은 70억원은 이미 반환됐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벌금 납입을 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을 3년간 노역장에 유치할 것이며, 피고인은 1주일 이내 항소가 가능하다”는 말로 판결 주문을 마쳤다.
김종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