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4년’ 박근혜, 항소할까… 보이콧해온 터라 미지수

입력 2018-04-06 16:33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내려졌던 징역 20년보다 무거운 형이 부여됐다. 최씨는 선고 직후 곧바로 항소했다. 이미 항소심 절차가 시작돼 다시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과연 항소를 통해 법적 돌파구를 찾으려 할까.

이 정도 중형이 선고되면 대부분의 피의자는 항소를 택한다. 어떤 식으로든 형량 감경 사유를 찾아내 조금이라도 형기를 줄이려 하기 마련이다. 최씨는 1심 재판을 대리했던 이경재 변호사를 계속 고용해 항소심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변호인단을 일부 교체하며 치열하게 다툰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66세다. 이미 1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징역 24년을 만기까지 복역할 경우 89세나 돼야 출소할 수 있다. 특활비 뇌물 수수 등 다른 재판도 첩첩이 남아 있어 전체 형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적인 선택은 당연히 항소해 상위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현 상황은 조금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전면 보이콧해 왔다. 구속기간이 연장되자 반발하며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고, 변호인도 모두 사임했다.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재판은 국선변호인 체제로 진행됐으나 박 전 대통령은 한 번도 국선변호인을 만나주지 않았다.

1심에서 법적 대응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던 터라 항소 여부를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구치소의 박 전 대통령은 선고가 내려지는 이날 아무런 면회 일정이 잡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이라면 변호인을 만나 향후 대응을 논의해야 할 때이지만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해 사선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조만간 그를 찾아 입장을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대응 방향을 정리할 텐데, 그 중에는 항소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내려진 국정농단 사건 판결로 미뤄 보면 항소심을 진행해도 법률적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1심 선고공판까지 법정 출석을 거부한 터라 180도 태도를 바꿔 항소심에서 적극적인 변론으로 나설 개연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일부 무죄로 선고된 혐의를 다투기 위해 항소할 경우 자연히 항소심은 열리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하려 할지도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 판결을 끝으로 국정농단 사건 주요 피고인 42명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37명의 형량은 총 116년6개월에 이른다.

최순실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4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씨 측은 “국정농단자라는 낙인과 박 대통령을 조종했다는 누명을 벗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최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관저를 방문했다는 사실까지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최씨는 서울동부구치소 독방에서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된 지 353일 만에 석방됐다. 최근 해외 출장을 떠난 이 부회장을 두고 조만간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불구속 기소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롯데 면세점 특허 청탁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건넨 70억원이 뇌물로 인정된 탓이다. 신 회장은 옥중경영에 나선 뒤 월급을 반납하고 있다고 한다.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에 연루된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정작 정씨는 덴마크에서 강제 송환된 지 10개월여가 지났지만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특검 도우미’로 불렸던 최씨 조카 장시호씨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형량이 1년 늘었다.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나란히 재판을 받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