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포인트 ‘이재용 승계 청탁’ 결국 무죄… “증거 부족”

입력 2018-04-06 15:54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승계 청탁’이 오갔는지, 그에 따라 두 사람 사이에 뇌물공여 및 수수가 있었는지는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결국 이 부분에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런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오후 2시10분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등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판결 전반부에는 박 전 대통령 혐의 중 많은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 강요와 관련해 재판부는 “명시적 협박이 없었어도 기업에 강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강요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혐의 역시 “박 전 대통령이 퇴진토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KT에 최순실씨 지인을 채용하고 그의 요구에 따라 광고를 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인정했다. 롯데그룹이 제공한 ‘70억원’에 대해선 제3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대거 유출한 것도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련된 혐의에 이르러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개별현안 부정청탁 관련 내용을 보겠다. 이미 해결된 현안이거나 시기적으로 다급한 현안이 아닌 부분이 다수 있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삼성 측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에서는 당연히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아주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 법정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승계작업에 대한 개별현안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이 주장하는 개별현안에 대해 묵시적 명시적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 이후 ‘포괄적 현안’이 있었다고 보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피고인과 이재용 사이에 승계작업과 관련해 영재센터,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뇌물수수 및 청탁은 무죄로 판단된다.”

이 재판부는 앞서 최순실씨의 재판도 맡았다. 당시 최씨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도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 추진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었다.

선고공판은 재판부가 대법정에 들어와 사건번호를 고지하고 출석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재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의 김세윤 부장판사(재판장), 그의 양 옆에는 심동영(39·사법연수원 34기)·조국인(38·38기) 판사가 자리했다.


카메라는 방청석 앞쪽에 설치돼 있다. 방청객들의 모습은 담지 않는다. 법정 맨 앞쪽 가운데 위치한 3명의 판사와 왼쪽의 검찰석, 오른쪽의 피고인석을 번갈아 비출 예정이다.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부터 중계를 시작했다.

피고인석은 공석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법원의 생중계 강행 결정에 ‘흥분’하며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0월16일부터 재판 출석을 거부해 왔다.

검찰 측에선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직접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보이콧’ 입장을 굽히지 않은 반면, 검찰은 ‘끝까지 최선을 다 한다’는 방침에 따라 공소유지를 총지휘해온 한 차장검사를 직접 투입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내린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 공판도 출석해 재판을 지켜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고공판에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자신의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재판이 모두 끝난 뒤 추후에 알게 될 전망이다. 법원은 재판 종료 후 구치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판결문을 전달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