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홍준표는 文대통령의 히든카드… 낡은 이념공세”

입력 2018-04-06 15:29

바른미래당이 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문재인 대통령의 히든카드’라는 논평을 내놨다. 홍 대표가 문재인정부를 줄기차게 공격하지만 그럴수록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낡은 이념공세만 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야당에 있으면서 사실상 여권에 유리하게 행동하는 일종의 ‘엑스맨(X맨)’이란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낡은 이념 공세에 천착할수록 한국당은 완전히 낡은 정당임을 인증할 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홍준표라는 히든카드가 있다는 소문을 홍 대표는 알고 있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홍 대표는 최근 제주 4·3 항쟁을 ‘좌익 폭동'이라 규정했고, 오늘은 ‘청와대 주사파들이 나라를 파국으로 끌고 간다'고 했다"며 "홍 대표는 진영논리 이념공세만 제기하면 국정농단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국민의 지지를 한줌이라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가"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보수와 진보의 지겨운 이념 대결이 지방선거용 얄팍한 꼼수임을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야당을 원하지 빌미만 있으면 갈등을 증폭시키고 문제만 더욱 꼬이게 만드는 정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홍준표 “청와대 주사파가…”

홍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00년 6월 DJ가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 돌아와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고 통일이 눈앞에 온 것처럼 세계와 한국민을 기망한 것과 똑같은 일을 청와대 주사파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속았으면 알아야 하는데 삼대에 걸쳐 8번을 거짓말한 독재정권의 포악한 후계자가 쳐놓은 덫에 장단을 맞추면서 또다시 북핵쇼를 주사파 정권이 벌이고 있다"며 "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언론들은 이에 부화뇌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2000년 DJ가 주도했던 조용필·이미자 등의 평양공연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느냐"며 "그때부터 김정일은 DJ가 퍼주었던 달러로 본격적으로 핵개발을 하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5일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를 방송했다.

그는 "그렇게 속고도 또다시 한반도에 봄이 왔다고 난리들"이라며 "남북이 손을 맞춰 북의 핵완성 시간만 벌어주는 남북 위장평화쇼를 직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포악한 독재자의 핵공갈에 신음하는 극한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실험으로 거리에는 실업이 넘쳐나고 서민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며 "법원·경찰·경찰·국정원과 정치·경제·사회·문화계 전부를 좌파 코드 인사를 채우고 전교조나 강송노조는 자기 세상을 만난 양 그들만 행복한 나라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작된 여론조사로 국민들을 속이는 괴벨스식 선전으로 나라는 좌파폭주로 치닫고 있다"며 "선거를 한번 해보자. 나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 “한국당, 문제가 뭔지도 모른다”

6·1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없다.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새 피 수혈도 진척이 없다. 오히려 ‘올드 보이’들이 당의 전면에 나섰다. 정치학 교수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문제는 아직도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당의 문제를 6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보수 가치의 실종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최근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국당은 보수층 지지도 다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당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당이 정통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보수의 양 축인 안보와 경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또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나 보수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품격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줄지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문제도 한국당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한국당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들과 어정쩡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한국당은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구속됐는데 진정어린 참회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그로 인해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평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을 제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논평을 내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당을 떠난 인사”라고 말하면서도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몰아붙였다. 권 실장은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국민들 눈에 결국 두 전직 대통령과 한국당이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처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이후 계속된 계파정치의 검은 그늘도 한국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보수 정권 9년 동안 권력과 계파정치에만 익숙해 국민과 괴리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냈다. 20대 총선에서는 노골적인 ‘진박(진짜 박근혜) 마케팅’과 ‘옥새 파동’이 겹치면서 참패했다. 탄핵 과정에서는 친박과 비박(비박근혜)이 싸웠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도 친홍(친홍준표)과 비홍(비홍준표)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양 명예교수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당은 여전히 보수층이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내놓은 메시지도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권순정 실장은 “대통령 개헌안을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할 때 동의할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메시지가 정치공세적이고 올드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최근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 기류에 대해서도 ‘북한의 위장평화공세’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전히 색깔론에 의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용근 지앤컴리서치 대표는 “한국당이 제1야당이라는 이유로 국민 정서와 안 맞는 대여 강경투쟁만 계속할 경우 중도층 표심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내 민주주의의 부재와 리더십의 문제도 지적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금 한국당의 정당 운영 방식을 보면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의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책이나 당의 입장이 지도부 발언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홍 대표가 당 신년하례회에서 우리은행 달력에 인공기가 들어간 그림이 들어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당 공식 논평으로 이를 문제 삼았다가 구설에 올랐다. 박 교수는 “이런 정당 운영 방식은 만약 지도부가 일반 국민과 동떨어진 판단을 했을 때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줄곧 자신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겨냥해 ‘바퀴벌레’ ‘연탄가스’ 등의 표현을 써 막말 논란을 빚었다. 비홍 중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홍 대표의 당 운영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조직 내에서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라며 “당내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없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홍 대표의 당 운영이나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 “지나치게 독단적이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한국당 인사들은 “홍 대표 외에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당의 위기를 수습할 만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