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6일 오후 2시10분 417호 대법정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등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 강요와 관련해 재판부는 “명시적 협박이 없었어도 기업에 강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강요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혐의 역시 “박 전 대통령이 퇴진토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KT에 최순실씨 지인을 채용하고 그의 요구에 따라 광고를 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인정했다. 롯데그룹이 제공한 ‘70억원’에 대해선 제3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대거 유출한 것도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련된 혐의에 이르러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는 개별현안 부정청탁 관련 내용을 보겠다. 이미 해결된 현안이거나 시기적으로 다급한 현안이 아닌 부분이 다수 있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삼성 측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당연히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아주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법정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승계작업에 대한 개별현안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개별현안에 대해선 “묵시적 명시적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데 그 이후 ‘포괄적 현안’이 있었다고 보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피고인과 이재용 사이에 승계작업과 관련해 영재센터,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뇌물수수 및 청탁은 무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을 진행한 재판부는 앞서 최순실씨의 재판도 맡았다. 재판부는 당시 최씨에게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 추진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청와대 직원 증언과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등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진보 성향 예술계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했다는 주요 보고서를 보고 받은 것, 이런 보고를 받고도 중단을 지시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며 “문화·예술계 인사 지원배제에 대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하고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배제 대상에 정부와 다른 이념성향을 가졌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단체가 다수 포함됐다”며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 원칙과 헌법에 반하고 위법한 조치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문예진흥기금 심의에 대한 부당개입 등 일부 혐의에 대해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산하기관 임직원이 의무가 없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2급 공무원 3명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 전 국장에게 징계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있다고 해도 의사에 반해 면직당하지 않게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의 사직을 강요한 것은 직권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급 공무원 3명의 사직 강요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사표를 받으라 지시하거나 승인해 공모한 것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피고인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의 자유, 행복, 복리 증진을 위해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피고인에게 그 범죄 사실에 상응하는 엄중한 잭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고공판에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자신의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재판이 모두 끝난 뒤 추후에 알게 될 전망이다. 법원은 재판 종료 후 구치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판결문을 전달한다.
※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 주요 내용
“朴, 대통령 직권남용죄 충분히 유죄 인정”
“朴, 명시적 협박 없어도 기업에 강요”
“재단 출연 과정, 朴 강요죄 인정”
“朴, 안종범 통해 현대차에 납품계약 체결 요구”
“朴, 현대차와 무관한 업체에 계약 강요”
“KD코퍼레이션 계약 강요…朴, 협박죄 인정”
“朴, 최순실 부탁받고 안종범에 현대차에 지시”
“KD코퍼레이션 직권남용·강요 유죄 인정”
“현대차, 광고 발주 불이익 우려한 행위”
“최순실 회사에 현대차 광고 발주…강요·협박”
“현대차 광고발주 직권남용 무죄…강요죄만 인정”
"朴, 플레이그라운드 강요죄 유죄"
"롯데 신동빈 단독면담... K재단에 70억 지원 요구"
“K스포츠, 영리목적으로 최순실이 설립”
“롯데그룹 재단출연 강요도 유죄”
“포스코 관련 직권남용도 유죄”
“KT 광고대행사 선정 강요 혐의”
“朴, 황창규에 플레이그라운드 청탁 인정”
“경영인 의사결정 방해하는 강요 행위”
“최순실 추천인사 KT에 채용 강요도 유죄”
“그랜드코리아레저 장애인펜싱팀 창단지시”
“朴, GKL 강요죄 부분 유죄 인정”
“최순실 영재센터 설립 개입 인정”
“영재센터 설립자금 최순실이 충당”
“朴, 이재용에 동계올림픽 영재 지원 요구”
“최순실이 김종 등에 영재센터 설립지시”
“최순실 아니면 朴 영재센터 인지 불가”
“최순실, 면담 전날 사업자료 만들라 지시”
“삼성그룹 관련 직권남용도 유죄”
“朴, 조원동 수석에 CJ 이미경 퇴진 요구”
“朴, CJ 이미경 퇴진 지시 사실 인정돼”
“CJ 이미경 퇴진 등 강요미수 유죄”
“朴, 공무상비밀누설혐의 인정”
“연설문 작성시, 최순실 의견 들으라 지시”
“朴, 신동빈 회장 청탁 없었다 주장”
“靑 문건 유출 혐의 일부 유죄”
“신동빈 단독면담시 명시적 청탁은 없어”
“롯데, 면세점 재취득 위해 전방위 노력”
“안종범수첩에 면세점 명시적 청탁 없어”
“신동빈, 朴 면담 직후 K재단 잘 챙겨라”
“신동빈에 K스포트 재단 추가 지원요구”
“롯데그룹 관련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유죄”
“박-신동빈 사이에 부정한 청탁 있었다”
“롯데그룹에 K재단 70억 지원 뇌물 인정”
“최태원, 동생 가석방 등 대통령에게 요청”
“워커힐면세점 특허 문제 등 SK 현안 인식”
“최태원 면담서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요구”
“SK전달 제안서 최순실 지시로 작성”
“삼성, 살시도 등 명마 3필 지원”
“삼성의 승마 지원 뇌물 수수 인정 어려워”
“삼성, 정유라 213억원 승마지원약속 무죄”
“朴, 김종에게 정유라 지원 요구”
“朴, 이재용에게 승마협회 운영 질타”
“朴, 승마협회 임원 거론하며 교체 요구”
“승마협회 지원 요구한 사실 충분히 인정”
“朴, 삼성 36억원 지원 뇌물죄 유죄 인정”
“정유라 탄 馬‘살시도’… 최순실, 삼성에 소유권 요구”
“최순실, 명마소유권 본인에게 있다 인식”
“삼성, 말 소유권 등 최순실 요구 수용”
“삼성, 명마 3필 소유권 주장 안 해”
“말 소유권 최순실에게 있으면 뇌물 유죄”
“朴·최순실, 말 관련 부대비용 수수 유죄”
“최순실, 삼성 차량 4대 무상 이용은 유죄”
“삼성 승계작업 개별현안 청탁 인정 안 돼”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작업 인정 어려워”
“朴, 노태강 사임 명확히 요구”
“문체부 부당 인사, 직권남용 인정”
“노태강 관련 직권남용·강요 모두 유죄”
“국가공무원 사직강요·직권남용 인정”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된 점 인정”
“1급 공무원 아무 때나 면직 가능 안해”
“블랙리스트 소극적 집행한 공무원만 면직”
“문체부 공무원 관련 직권남용 부분 유죄”
“블랙리스트 관리방안 朴에 보고”
“朴, 블랙리스트 보고 받고 지시 하달”
“朴, 블랙리스트 공범 책임 인정”
“이념 다르다고 지원제한, 헌법에 위반”
“朴, 블랙리스트 직권남용·강요죄 해당”
박 “최순실 하나은행 청탁 들어준 적 없다”
“박근혜 지시로 이상화 인사청탁 이뤄져”
“하나은행, 靑 수석 인사청탁 거절 어려워”
“하나은행 인사 개입, 강요죄 유죄 인정”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 지위와 권한 남용”
“朴, 기업 경영자유 심각하게 침해”
“최순실과 공모해 거액의 뇌물 수수”
“문화관련 공무원들, 朴 불법 지시로 고통”
“박근혜 전 대통령, 징역 24년”
“박근혜 1심 징역 24년·벌금 180억원 선고”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