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2미터 넘는 용병 퇴출’…남자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장·단신제 본격 시행

입력 2018-04-06 13:26
지난달 23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KBL 플레이오프 안양 KGC 대 울산 현대 모비스의 4차전 경기, KGC 사이먼이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남자 프로농구에서 키 2m가 넘는 외국인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퇴출된다. 한국농구연맹(KBL)에서 내린 결정 때문이다.

김영기 KBL 총재는 지난달 6일 “남자프로농구 KBL은 2018-19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신장 기준을 장신 선수는 2m 이하, 단신 선수는 1m86㎝ 이하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이사회 결과를 밝혔다. 지난 시즌에는 장신 선수의 키 상한은 없었고, 단신 선수만 1m93㎝ 이하로 제한했었다.

외국인 선수의 신장 제한은 김 총재가 부임 이후 강조해 온 ‘빠른 농구’ 활성화와 연관이 깊다. 선수들 신장이 작아지면 경기 속도가 빨라져 경기가 흥미로워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팬들과 현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수 장·단신 제도 부활을 강행했던 KBL은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재 몇몇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은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 구단은 단기간에 키를 줄여 제한을 통과할 방법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한 구단에서는 “무거운 기구를 오래 들고 있다가 키를 재면 순간적으로 작게 나온다”는 속설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안양 KGC 외국인 선수인 데이비드 사이먼은 지난 2일 재측정에서 “측정 전 많이 움직이면 키가 작게 측정된다”는 말을 듣고 건물 주변을 뛰고 들어왔으나 재측정 결과 2.1㎝ 초과한 202.1㎝였다. 사이먼은 2.1㎝ 차이로 국내 농구계를 떠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익명 현직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선수 관련 규정만 바꾸는데 200㎝라는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다”며 “한국 농구만 시대에 역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해외에는 2m가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데 이미 국내에서 오래 활동해 팬들과 정을 쌓은 선수를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내보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키 제한 외에도 연봉 상한선도 구설수에 올랐다. 현재 외국인 선수 영입 연봉 상한선은 2명 합계 70만 달러(약 7억5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 상한제에 이번 ‘신장 상한제’까지 맞물려 좋은 선수를 찾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 = e나라지표 '프로스포츠 운영 현황' 데이터 재구성

이런 가운데 프로농구 관중 수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2014년 134만명에 달하던 프로농구 관중 수는 지난해 92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시청률도 0.2%에 그쳤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