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미경 퇴진’ 조원동 집행유예… “대통령에 가장 큰 책임”

입력 2018-04-06 10:3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오전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이는 오후에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의 일부를 미리 보여준 셈이 됐다. 박 전 대통령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조 전 수석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죄책은 무거우나 이 사건의 책임은 범행을 지시한 대통령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조원동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CJ그룹 손경식 회장을 통해 이미경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CJ 콘텐츠가 현 정권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 오너의 퇴진을 요구한 건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범법 행위"라며 조 전 수석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구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라고 지시한 사실, 이행하기 위해 손 회장에게 연락해 지시사항을전달하면서 2선 후퇴 전달한 것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며 "이런 관계만으로 피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 범행 공모관계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상관의 지시라 하더라도 위법한 경우 따를 의무가 없고,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경제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는 위법한 지시를 따른 것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유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책임은 범행을 지시한 대통령에게 있다”며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잘못된 지시를 결정하면 직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또 그럴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고 조 전 수석을 꾸짖었다.

조 전 수석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18개 중 공범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된 건 16개로 늘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