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담배 4갑을 훔쳐 경찰에 붙잡힌 고등학생이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학생의 부모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연락 한 번을 하지 않아 생긴 불상사라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세종시 한 고등학교 3학년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은 지난 1월1일 새벽 한 슈퍼마켓에서 친구와 함께 담배 4갑을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검찰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A군의 부모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A군의 부모는 “경찰이 고등학생인 아들을 경찰서에 부르고 검찰에 송치하면서 부모에게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며 “한 번의 실수로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죄송해서 시간이 갈수록 고민하고 괴로워했다는 얘기를 장례를 치르는 동안 친구들에게 뒤늦게 들었다” 말했다.
“피해액이 1만8000원인 데다 우발적인 행위인데 특수절도로 입건하기보다는 훈방했어야 한다”고 한 A군의 부모는 “경찰이 고등학생을 조사하면서 부모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만 지켰어도 가슴 아픈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군의 부모에게 연락하지 못한 점을 시인했다. 세종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A군이 엄마와 통화하게 해준다며 경찰관에게 전화를 바꿔줬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니라 A군의 친구였다”며 “A군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고 당시 통화 대상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건 적법하다고 해명했다. “두 명 이상이 함께 물건을 훔칠 경우 액수에 상관없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수사해야 한다”며 “특수절도는 벌금형이 없고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어 훈방하거나 청소년 선도심사위원회에 사건을 넘길 수도 없는 사안이라 검찰에 넘길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