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방위성 문서 스캔들… 곤혹스런 아베

입력 2018-04-06 06:39
사진=AP뉴시스

재무성 문서 조작 사건에 휘청이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정권이 이번에는 방위성의 문서 은폐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라크 파견 부대 일일보고(일보)의 존재를 알고 있던 자위대가 직속 상위 부서인 방위성에 1년 넘게 일보의 존재를 보고하지 않은 사건이다.

5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 출석한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지난해 3월 육상자위대 내에서 이라크 일보의 존재를 파악하고도 방위상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 “매우 큰 문제”라며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방위성은 이라크 일보를 지난 1월 말 확인했다고 발표했으나 지난해 3월 27일에 이미 육상자위대 연구본부가 일보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지난해 2월 당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국회에서 이라크 일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뒤 일보를 찾도록 지시했고, 육상자위대 연구본부는 지난해 3월 10일까지 “없다”고 보고했다. 연구본부는 얼마 뒤 일보를 발견했음에도 1년 넘게 방위상 등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일보 발견 당시 방위상이던 이나다는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있으면 되겠나”라며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황해하는 아베 정부를 향해 야권은 포문을 열었다.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국회대책위원장은 “(자위대에 대한 방위성의) 문민통제가 작동되지 못한 사태”라며 “아베 정권은 재무성 문서 조작과 방위성 일보 은폐, 이 두 개로 아웃, 레드카드(퇴장)”라고 말했다. 고이케 아키라 공산당 서기국장도 “정권의 통치 정당성이 흔들리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방위성·자위대 내 양복조(문관)와 제복조(군 출신)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두 세력이 알력 다툼 속에서 문서 은폐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나다 전 방위상도 일보 은폐 때문에 지난해 7월 사퇴했다. 당시엔 이라크 일보가 아니라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 일보가 문제였다. 이때도 자위대가 일보를 은폐했고, “일보는 폐기됐으며 은폐된 사실도 몰랐다”고 한 이나다는 거짓말로 인해 사퇴 압박을 받았다.

아베 정부의 연이은 문서 조작·은폐 사태로 부처의 전반적인 기강 문제도 부각됐다. 정보공개 단체를 운영하는 미키 유키코는 “자기네들 입장을 지키려고 조직에 필요한 정보를 형편에 맞춰 폐기하거나 숨긴다. 이런 체질이 정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