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장관, 금감원에 간 까닭… “금융권 성차별 경악”

입력 2018-04-06 06:27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찾아 김기식 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정 장관은 금융권의 여성차별 채용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원장은 적극적으로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뉴시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찾아 김기식 금감원장과 만났다. 여가부 장관으로는 첫 금감원 방문이다.

정 장관이 금감원장과 면담한 것은 최근 금감원 특별검사 등에서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이 ‘성차별 공채’를 한 것으로 드러나서다. 정 장관과 김 원장은 ‘참여연대 인연’이기도 하다. 대학교수 출신인 정 장관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에서 2002년부터 5년간 사무처장으로, 2011년까지 정책위원장으로 일했다.

정 장관은 김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여성 차별 채용 비리는 입직 단계에서부터 유리천장이 작용한 것으로 여성계는 경악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금융권은 다른 업종과 비교해 여성 근로자가 많은데, 정작 관리자에서 여성 비중은 낮다”며 “사무금융노조의 2016년 통계를 보면 정규직을 채용할 때 여성 비율은 20%인데 비정규직 채용 시 비율은 90%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전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요청했다.

김 원장은 정 장관의 발언에 화답했다. 김 원장은 “남녀 채용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더군다나 합격 점수를 남성과 여성을 달리해 여성을 대거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린 게 가장 충격적”이라며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 외에도 성차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만큼 최대한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원장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현행 감독규정상으로는 징계할 조항이 미비하다”며 “앞으로 금융회사 경영진단 평가를 할 때 고용 항목에서 성차별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태조사는 금감원 소관이 아니어서 여가부와 관련 부처가 진행하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장관이 “금융권 채용 단계별 성비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자 김 원장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