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훔쳐 경찰 조사받은 고등학생 투신 자살

입력 2018-04-05 22:26 수정 2018-04-06 11:20
담배 네 갑을 훔쳐 경찰 조사를 받은 고등학생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고교생 부모는 경찰이 아들이 입건된 것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아 자살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5일 세종경찰서 등에 따르면 세종시 한 고교 3학년인 A군은 지난달 30일 집에서 30여㎞ 떨어진 대전의 다리 위에서 몸을 던졌다. A군은 지난 1월 1일 새벽 한 슈퍼마켓에서 친구와 함께 담배 네 갑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날 검찰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아들이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들 친구들로부터 처음 듣게 됐다는 A군 부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됐을 시점부터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때까지 아무런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찰 범죄수사 규칙에 따르면 청소년을 조사할 때는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세종경찰서 측은 조사 과정에서 A군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A군이 엄마와 통화하게 해준다며 경찰관에게 전화를 바꿔줬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니라 지인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에 사건을 넘긴 것은 두 명 이상이 함께 물건을 훔칠 경우 액수에 상관없이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수사해야 하고 특수절도는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유족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세종=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