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이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수감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12월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과 관련해 의료진 3명에 책임이 있다는 법원 구속 수사 판결에 대한 입장이다.
5일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초유의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인 구속 사태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합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이대병원 의료진 구속 수감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제한된 의료자원으로 무한한 성과를 추구하려는 기행적 의료시스템에서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이번 신생아 사고가 불합리한 의료 수가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또 “구속된 3인은 영리추구 목적으로 미숙아 분만을 조장한 것도 아니고 사익을 위해 환자 모객에 나선 것도 아니다”라면서 “신생아중환자실 의사 헌신 덕분에 영유아 사망률이 영·미 다음으로 낮고 평균 기대 수명이 올라간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들은 “감염관리 문제는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의료인 개개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 “사용 후 남겨진 약품조차 폐기를 금하고 끝까지 사용하도록 진료행위를 규제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사법당국의 이번 조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위축시켜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를 황폐화할 것”이라며 “보건당국의 근본적 대책 마련과 사법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성명서를 끝맺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은 전날 맞은 주사제(지질영양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장내 세균)에 오염된 탓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경찰은 “이대목동병원은 개원한 1993년부터 '1인 1병 투약'이라는 수칙을 어기고 관행적으로 영양제 한 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 투약했다”며 조사 내용을 밝혔다.
법원의 구속 조치에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반발 입장을 밝혀왔다. 이대목동사건 대책위원회와 대한간호협회는 물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도 목소리를 내왔다. 전국 의과대학교수 협의회는 4일 “정부는 그동안 적정한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지 않아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현상을 야기했다”라며 “정부는 공공의료조차 민간에 의존하면서 불합리한 의료 수가 유지를 위해 제도를 이용했다”라며 “이런 무책임에 바탕을 둔 대한민국 건강보험 제도의 태생적 모순이 이번 신생아 참사를 야기한 공범”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의료 수가 지적으로 지난해 7월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장의 인터뷰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이 센터장은 한 인터뷰에서 “의료 현장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는데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건 전방 병사(의사)들이 온 몸을 던져 전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급을 강화할 생각은 않고 ‘돌격 앞으로’만 외치는 정부 의료 보장성 확대 얘기를 보고 뭔 소린가 싶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한편 의료계 반발에 유족들은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한 유족은 “명백하게 잘못을 저질러놓고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