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의 내일은 출산과 육아?…서울시 홍보물 또 논란

입력 2018-04-05 15:09
사진=트위터

서울시에서 제작한 정책홍보 포스터를 두고 고정된 성역할을 부각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서울시가 홍보물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4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내일 연구소 서울’이라는 콘셉트로 5건의 포스터를 게재했다. 포스터는 ‘○○년생 ○○○씨의 내일을 연구합니다’라는 문구를 내세워 해당 연령대 시민을 위해 서울시가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논란이 된 홍보물은 ‘82년생 김지영씨’가 담긴 포스터다. 서울시는 여성이 등장하는 이 포스터에 신혼부부 주택 공급,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 찾아가는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안내했다. 반면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93년생 이진욱씨’의 포스터에는 청년수당,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청년일자리센터를 소개했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출산과 보육 서비스를 알리는 ‘82년생 김지영씨’와 취업에 초점을 맞춘 ‘93년생 이진욱씨’가 대비되며 공공기관이 성 역할을 고착화하고 여성의 역할을 결혼과 출산 등에 국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최근 한국 여성이 결혼과 육아 등으로 사회에서 겪는 성차별적 요소를 담아 인기를 끌었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광고물 제목에 차용한 것 역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서울시 관계자들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혹시 서울시는 82년생 김지영을 유행어 정도로 생각하는 거냐”고 꼬집었으며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이런 소설을 캐치프레이즈로 이용하면서 겨우 넣은 게 어린이집, 산후도우미, 신혼부부 주택공급이냐”고 비판했다.

포스터에 관한 민원이 지난 3~4일 이틀간 80여 건 접수되자 서울시는 ‘1982년생 김지영씨를 위한 내일’을 우선 교체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지적된 포스터는 우리 사회 워킹맘과 맞벌이 부부가 겪는 현실적인 주거·보육·육아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제도를 안내하려는 의도였지만 일부 포스터가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착화한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며 “콘텐츠를 수정해 이른 시일 내에 포스터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 관계자도 “우리 사회가 해결해나가야 할 젠더 관련 사안을 더욱 신중히 처리해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내부 젠더자문관을 통해 자문을 한 뒤 홍보물을 수정할 계획이다. 수정 대상 홍보물은 서울 시내 1600면 정도다.

한편 서울시의 홍보물에 비판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뉴욕 타임스퀘어 등 미국 뉴욕시 전역에 내보낼 예정이었던 서울 관광 홍보 포스터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한복을 입은 여성의 실루엣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경복궁, 광화문 광장을 비추게 만들어졌는데 일부 시민들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서울시는 이 광고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