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꼴등’ 롯데, ‘행복회로’ 재가동 해야한다

입력 2018-04-05 15:08 수정 2018-04-05 15:35
행복야구는 팀이 승리했을 때 더 빛난다_MBC Sports 캡쳐화면

롯데 자이언츠는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의 초반 행보가 심각하다. 롯데는 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와 원정경기에 6-7로 패배했다. 1승 9패 성적은 최하위다. 시즌 전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았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에게는 시즌 전 5가지 행복회로가 있었다.

◆ 강민호, 최준석 주고 민병헌, 채태인 영입은 남는 장사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가 떠났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성장하며 국가대표급 포수로 발돋움했다. 수비력에서는 기복이 있었지만 장타력에 있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타자였다. 팬들은 동요했다. 2004~2017년 동안 강민호는 롯데와 동고동락을 같이했다. 팬들은 “타격에 있어서 엄청난 구멍이 생겼다”며 “대형스타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석의 경우는 다르다. 롯데 팬들은 최준석의 느린 발, 수비능력 등에 의문을 표하며 최준석을 쉽게 보내줬다. 롯데 팬들은 “최준석이 뛸 때는 정말 답답하다”며 NC와 계약하기 전까지 그가 타팀과 계약을 맺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팬들의 희망대로 민병헌, 채태인이라는 검증된 선수들이 롯데에 왔다. 팬들은 “강민호, 최준석을 주고 민병헌, 채태인이면 남는 장사다”라고 자평했다. 시즌 전까지 실제로 민병헌, 채태인의 가세는 강민호, 최준석을 잊게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강민호는 9경기 타율 0.281 홈런 1개 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준석은 7경기 타율 0.375 홈런 1개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채태인은 10경기 타율 0.200 홈런 1개 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민병헌은 10경기 타율 0.275 홈런, 타점 없이 안타만 11개 기록 중이다. 물론 채태인과 민병헌이 최근 타격 감각을 회복중이지만 롯데 팬들이 기대한 만큼의 초반 활약은 명백히 아니었다.

◆ 나종덕, 나원탁은 키우면 제 몫을 할 것이다

시즌 전 강민호의 빈자리에 대한 우려는 사실 수비보다는 공격 쪽에 있었다. 팀에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포수가 있다는 것은 타선의 무게감을 더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수의 진정한 능력은 ‘수비’에 있다. 노련한 투수 리드, 경기를 읽는 흐름, 도루 저지 등의 막중한 책임은 모두 안방마님인 포수가 담당한다. 롯데 팬들은 채태인, 민병헌 등이 있으니 공격적인 부분은 보강했고 오히려 더 좋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나종덕, 나원탁 2인 체제로 키우다 보면 제 몫을 할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었지만 “그래도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수비적인 부분이 걱정된다”는 비관론도 있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는 희망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시즌이 시작되자 롯데 팬들은 강민호의 공격력보다 ‘수비력’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포수의 수비력에는 기본적으로 투수의 볼을 받는 포구 능력, 주자를 견제하는 송구 능력, 블로킹 등이 꼽힌다. 나종덕과 나원탁은 기본적인 능력에 있어서부터 결함을 보였다. 투수들의 변화구, 특히 아래로 떨어지는 포크볼 등을 놓치기 일 수 였다. 포수가 투수의 변화구를 받지 못하니 투수들은 경기운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투수 리드 부분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도루 저지 능력도 마찬가지이다. 나원탁은 도루 4개를 허용하는 동안 도루 저지가 하나도 없었다. 실책도 하나 있었다. 나종덕은 2개 도루를 잡으며 저지율 3할3푼3리를 기록했지만 포일이 하나 있었다. 타격도 나원탁이 9타수 1안타 1타점 4삼진, 나종덕이 11타수 무안타 1볼넷 5삼진으로 부진하다.

침울한 롯데자이언츠_뉴시스

◆ 듀브론트면 린드블럼 필요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경험이 있는 듀브론트가 롯데에 왔다. 롯데뿐만 아니라 KBO 팬들도 기대했다. 그러나 이 선수가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주말 3연전 가운데 첫 경기를 앞두고 “듀브론트가 지난 경기에서는 영점이 조금 흔들린 것 같다”며 “원래 제구와 구위가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오늘 잘 던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듀브론트는 이날 데뷔전에서와 마찬가지로 볼넷을 내주고, 타자들에게 난타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8.10으로 치솟았다.

시즌개막전 듀브론트는 린드블럼을 대신해 영입됐다. 롯데 팬들은 린드블럼과 계약이 틀어졌지만 듀브론트를 영입했기에 린드블럼을 그다지 그리워하지 않았다. 린드블럼이 첫 경기를 치를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린드블럼은 시즌 첫 경기 데뷔전서 4⅓이닝 4실점 하며 부진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는 달랐다. 아직 100%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kt전에서 6이닝 5K 1실점 하며 서서히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현재는 듀브론트보다 린드블럼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필승조 완벽한 불펜은 롯데밖에 없다

지난 2017시즌 롯데의 불펜은 ‘철옹성’이었다.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 배장호 등은 ‘후반기 승률 1위’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탄탄한 투수진 덕분에 롯데는 가을야구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시즌개막전 롯데 팬들은 흥분했다. 윤성빈, 구승민 등 신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고 고효준, 조무근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탄탄한 불펜진을 더 두텁게 할 수 있었기에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안정된 선발진도 희망을 더했다. 2017 시즌에는 린드블럼, 레일리, 박세웅 등은 에이스급 역할을 했고 송승준과 김원중은 적어도 선발로서는 제 몫을 했다. 김원중의 경우 기복이 있지만 더 성장할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2018시즌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박세웅과 조정훈이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박세웅의 경우 2017시즌 12승을 기록한 롯데의 새로운 에이스였다. 그나마 윤성빈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박세웅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게다가 불펜의 핵심인 조정훈이 빠지며 불안감을 더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정훈 대신 합류한 구승민 등은 조정훈의 빈자리를 대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10경기에서 롯데 마운드 평균자책점은 6.72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좋지 않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6.43으로 7위,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7.15로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 “롯데 하면 이대호지”

명실상부 조선의 4번 타자.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 9경기 연속홈런을 가진 롯데 자이언츠의 거포 이대호는 롯데 팬들의 자존심이다. 오죽하면 팬들 사이에서 “그래도 롯데 하면 이대호지”라고 말한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기대감이다. 국내를 평정했고 일본야구까지 정복했다. 미국에서는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팬들은 “이대호가 해주겠지”라는 기대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이라지만 이대호의 성적은 초라하다. 이대호는 10경기 타율 0.237, 홈런 1개 5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격순위권은 모두 30위권 밖이다. 지난 4일 한화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더욱이 팬들에게 이대호는 ‘150억’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있다.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 못하면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 팬 뿐만 아니라 KBO 전 구단의 팬들은 나름의 ‘행복회로’를 가지고 있다. 행복회로가 잘 작동되는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러나 시즌초 10경기 롯데의 행보는 팬들의 ‘행복회로’를 지나치게 배신했다. 다섯 가지의 행복회로 중 한 가지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시즌 134경기가 남았다. 시즌이 끝난 후 롯데 팬들의 행복회로는 지켜질 수 있을까.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