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억 무역사기 변인호, 韓中 감방 ‘메뚜기 복역’ 까닭은

입력 2018-04-05 14:38
39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 도중 중국으로 도피한 금융사기범 변인호씨가 2013년 12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임시 송환되고 있다. 뉴시스

20년 전 3900억원대 무역사기극을 벌여 구속됐다가 도주해 중국으로 밀항했던 변인호(61)씨가 5일 국내로 송환됐다. 1999년 밀항한 지 19년 만에, 2013년 임시로 국내 송환돼 한국 교도소에 7일간 수감됐다가 다시 중국으로 간 지 5년 만이다. 지난 20년간 그는 한국 감방→중국 감방→한국 감방→중국 감방에서 번갈아 복역했고, 다시 한국 감방에 왔다. 왜 이렇게 ‘슬기롭지 못한’ 감방생활을 하게 된 걸까.

변씨는 1997년 폐반도체를 고가의 컴퓨터 부품으로 위장해 수출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수출대금 등 3941억원을 가로챘다.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 중 입원치료를 위한 구속집행정지가 승인돼 병원에서 지내던 1999년 도주했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당시 변씨 도주 사건의 책임을 물어 교도관 경찰 변호사 등 12명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변씨는 중국에서 다른 사기 혐의로 2005년 공안에 체포됐다. 한국에서 수형 도중 도주한 사실도 발각됐다. 그는 중국 법정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중국은 2007년 한·중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변씨를 중국 형기 집행이 완료된 뒤 한국에 인도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견됐다. 변씨가 중국에서 징역 12년을 모두 복역하고 송환될 경우 한국의 형 집행시효가 만료돼 버린다. 그 이전에 국내에서 형을 일부라도 집행하지 않으면 시효가 지나서 남은 한국 형기를 집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법무부는 중국과 협의해 2013년 변씨를 임시로 인도받았다. 국내에서 7일간 형을 집행해 시효 진행을 중단시킨 다음 중국으로 재송환했다.

그리고 이번에 중국에서 징역 12년 형기가 모두 끝나 국내로 송환된 것이다. 변씨는 국내 감방에서 남은 형기(약 13년10개월)를 복역해야 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