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진상 규명 촉구, 시민들 왜 조선일보 앞에 섰나

입력 2018-04-05 16:36 수정 2018-04-05 16:38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5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상 규명과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제공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5일 ‘고(故) 장자연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성역 없는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는 구체적인 접대 내용과 상대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경찰과 검찰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은 성매매 피의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고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의 성매매 알선 혐의 등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며 "장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로 우리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상징한다.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인권 침해, '성 상납'을 매개로 이뤄지는 로비, 권력을 악용한 우리 사회의 온갖 추악한 행태를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23만명이 넘는 국민이 동의와 지지를 보냈다"며 "이번만큼은 정확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이날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미를 더했다. ‘고 장자연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 당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그의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수사 선상에 오른 바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쳐

지난 27일 KBS9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당시 경찰이 고 장자연 성접대 의혹 중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 17명 중 한 명이었던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대한 수사가 미진해 재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장자연은 2007년 10월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한 중식당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을 만나 성접대를 요구 받았다는 내용의 리스트를 기록했다"며 "당시 경찰은 리스트에 적힌 '조선일보 방 사장' 인물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추정하고 조사했지만 당시 현장에 없다고 판단해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와 달리, 확보한 조사문건을 보면 당시 중식당에는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식사자리를 주재했다는 진술이 적혀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고 장자연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도 식사자리에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경찰이 확인했음에도 의혹에 있는 방용훈 사장을 조사하지 않았다"고 부실 수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고(故) 장자연 씨는 2009년 3월 '소속사 대표에 의해 술·성접대를 강요 당했다. 이를 거부하면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장씨가 남긴 문건에는 언론사 대표, 방송사 PD, 경제계 인사 등이 기록돼 있었으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매매 혐의를 받던 피의자 전원이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