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등장한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安·劉·朴 확 달라진 풍경

입력 2018-04-05 11:26 수정 2018-04-05 12:21


4일 열린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에는 익숙한 멘트가 흘러나왔다. “실망입니다.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지난해 4월 19대 대선후보 3차 TV토론 때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 위원장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와의 설전 도중 푸념하듯 한 말이었다. 이 발언이 1년 뒤 한 청년의 ‘성대모사’를 통해 재연됐다.

대학생 이상민씨는 이 자리에서 안 후보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정책을 비판했다. 이씨는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10%대고 체감실업률은 20%대”라며 “그동안 서울시 정책은 그야말로 실망입니다”라고 했다. 또 “서울시가 전시성 사업에만 집중했다”며 “청년들은 그때마다 실망하며 ‘고민들아 저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라고 한다”고 했다. 참석자 사이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1년 전 안철수의 ‘셀프 디스’

1년이 지난 뒤엔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됐지만 “실망입니다.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발언이 나온 대선후보 3차 TV토론은 안 후보에게 쓰라린 기억이다. ‘초등학생 같다’는 지적이 나올만큼 발언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던 탓이다. 대선 TV토론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까지 형성했던 안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당시 토론에서 안 후보와 유 후보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초대 평양 대사’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유 후보는 “박 대표와 초대 평양 대사 합의를 했느냐”고 따져물었고 안 후보는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본인은 제가 당선되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유 후보가 “북한과 정식 수교해서 평양 대사 보내겠다는 거 아니냐”고 계속 공격하자 안 후보는 “아유 유 후보님, 실망입니다”라고도 했다.

안 후보는 이 외에도 문재인 후보에게 했던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MB 아바타’입니까” 등의 발언으로 직격탄을 맞으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설전 벌인 유승민과 통합…멀어진 박지원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소리까지 들었던 유 후보는 현재 안철수 위원장의 정치적 동지가 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대북·안보정책을 놓고 유승민 대표와 충돌했던 대선 때와 달리 안 위원장의 보수색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 2월 창당한 바른미래당의 한달 간의 대변인 논평을 전수 분석해보니 57% 가량이 자유한국당 논평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방남 반대,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며 정부·여당과 각을 세웠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고민하는 바른미래당의 개혁보수 공략 움직임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안철수 위원장은 ‘야권 대표선수론’을 내세우며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1대 1 구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출마선언에서 “표는 한 곳으로 모아야 힘이 되고 의미가 있다”며 “야권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로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한국당과의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에 거리를 두면서 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통해 야권 지지자를 결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대선 당시 정치적 동지였던 박지원 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 안 위원장과 갈등 끝에 적으로 멀어졌다. 안 위원장의 보수 행보가 대선 당시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 상왕 된다’는 보수 유권자의 우려를 씻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의원과 안 위원장은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인방(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 거취 문제를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박 의원은 이들을 출당시켜 당적을 민주평화당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안 위원장은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면 탈당하는 게 도리”라고 일축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