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안 돼” 심정지 환자 구하던 여의사 제지한 日 스모계

입력 2018-04-05 10:16

일본의 한 스모행사에서 심정지 환자를 구하려던 의사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심폐소생술을 강제로 중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성의 참여를 엄격히 금지하는 스모계의 관행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며 일본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교토신문은 4일 교토부 마이즈루시에서 열린 스모협회 행사 중 씨름판에 올라 인사말을 하던 타타미 료조(多々見 良三) 마이즈루시장이 심정지로 갑작스레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직원들이 당황해하고 있자 객석에 있던 여성 두 명이 씨름판 위로 뛰어 올라와 료조 시장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들이 씨름판에 오른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장내에는 “여자는 도효(스모 씨름판)에서 내려가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가 올라가 주시기 바랍니다”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심폐소생술을 이어나가던 이들은 안내방송에 따라 남성 경비원에게 뒤를 맡긴 채 씨름판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료조 시장은 추가 심폐소생술 뒤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후 두 여성이 의사였던 것으로 밝혀지며 “환자에게 응급처치 하는 것조차 막아야 했느냐”는 일본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스모계는 여성이 씨름판에 올라오는 것을 금지하는 관행을 엄격히 따라 왔다. 과거 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전 오사카부지사가 우승 선수에게 부지사 상을 수여하기 위해 씨름판 위에 올라오는 것에 스모협회가 강력히 반발한 것도 이같은 관행에 의한 결정이었다.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은 4분이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4분 안에 뇌에 적절한 산소공급을 받지 못할 경우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최 실행위원회는 이후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이 자동 제세동기를 가져왔기 때문에 ‘내려가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스모협회 핫카이(八角) 이사장이 나서 협회 측의 부적절한 대응을 사과했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