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영장 기각… “구속=유죄 아니듯 불구속=무죄 아냐”

입력 2018-04-05 09:56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온라인에서는 그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유·무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장이 기각됐으니 사실상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반응 등이 제기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 때의 논란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를 지켜본 법조계 인사는 “온라인 댓글만 보면 구속영장 발부 여부로 유·무죄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며 “구속이 유죄를 뜻하지 않듯 불구속이 무죄란 뜻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는 5일 오전 1시30분쯤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재청구한 영장마저 기각되자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소명되고 △고소인의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데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2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사안이 중하며 △증거인멸 정황도 인정된다는 4가지 이유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이제 불구속 수사로 방향을 틀어 조속히 기소하겠다는 뜻이다.

영장실질심사 이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안 전 지사는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귀가했다. 오전 2시14분 남부구치소에서 나온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다 제 잘못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모든 분들께 사과 말씀 올리고 제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첫 영장실질심사 당시에도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이던 김지은(33)씨를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4차례 성폭행하고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이 설립을 주도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 A씨를 2015~2017년 4차례 성추행하고 3차례 성폭행한 의혹도 있다.

검찰은 첫번째 구속영장과 같이 김씨에 대한 형법상 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강제추행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넣었다. 이번에도 A씨에 대한 혐의는 포함하지 않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