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권한’ 최대 난제… 국회 개헌열차 안갯속 출발

입력 2018-04-05 06:40
김재경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 3당 간사들과 개헌 논의를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위원장,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 최종학 선임기자

한국당, 이원집정부제 주장 대통령 인사권 대폭 제한
민주 “내각제는 수용 못해” 권력구조 개편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만 투표 의견도
의원 특권폐지·18세 선거권 선거구제 개편 등 합의 여지
대통령 국회 연설이 변곡점 野요구 수용 돌파구 열릴 수도… 지방선거 앞둔 여론 주요 변수

여권과 제1야당의 개헌안이 공개되면서 국회 내 개헌 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4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를 열어 9일부터 각 교섭단체가 제출한 개헌안을 심의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국회 개헌 협상은 각 교섭단체 대표와 헌정특위 중심의 ‘투 트랙’으로 이뤄지게 됐다. 원내대표들은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정부형태) 개편 문제를 다루고, 헌정특위는 나머지 개헌 이슈 논의 및 개헌 조문화 작업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국회 개헌 협상은 한국당이 3일 ‘분권대통령·책임총리제’를 골자로 한 당 개헌안을 내놓으면서 본격화됐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사실상 민주당의 개헌안인 만큼 여야 협상의 기본 틀이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여야가 개헌안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개헌안에서 야야가 지향하는 권력구조의 방향이 너무 다르다. 한국당은 기존 행정권 중 외치에 해당하는 통일·국방·외교 업무는 대통령이, 나머지 행정권은 총리가 맡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선호하는 4년 1차 연임 대통령제와 간극이 크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국당 개헌 당론을 비판하며 “분권형 책임총리제라는 말은 그럴싸하지만 내용을 열어보면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당은 책임총리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검찰·경찰·국세청·국가정보원·공정거래위원회 등 5대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도록 했다. 반면 대통령 개헌안에는 헌법재판소와 감사원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만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개헌안과 한국당 개헌안 중 국회의원 특권 폐지, 선거연령 18세로 하향 조정, 선거구제 개편 등은 합의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된 국민소환제의 경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고, 선거연령을 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겠다는 입장도 대통령 개헌안과 유사한 부분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가 권력구조 절충안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소수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 다수파가 총리를 추천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여야가 각각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혹은 여야 합의가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미루고 여야가 합의 가능한 부분만 개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국회에서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합의한다면 국민 입장에선 기본권이나 지방분권의 많은 영역에 있어서 의미 있는 개헌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러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협상에 쓸 시간이 한 달에 불과하고, 여야 모두 상대방이 주장하는 권력구조 개편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상에서 어느 정도 재량권이 있지만 내각제는 수용할 여지가 전혀 없다”며 “한국당이 계속 내각제를 고집하면 개헌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도 책임총리제만큼은 양보불가 입장이다. 선별 합의에 의한 개헌 추진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협상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패키지 딜로 갈 것”이라며 “일부 합의 사안만 개헌 국민투표에 부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일 전후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개헌 협상의 주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 관련 야당 주장을 일부 수용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면 여야 협상의 돌파구가 열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대통령·여야4당 개헌회동’도 주목할 대목이다. 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청와대가 직접 야당을 설득해 극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임박할수록 대통령제 개헌을 선호하는 국민 여론이 한국당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 참패를 우려하는 한국당이 여론을 무시한 채 끝까지 내각제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김판 이종선 기자 nyt@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