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명 구속 논란… “의료 기피 우려” vs “책임져야”

입력 2018-04-05 06:33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집단 사망과 관련, 관리 지침 위반과 지도·감독 의무 소홀로 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치의 조수진 교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구조적 문제… 역효과 야기” 의료계 구속수사 강력 반발
여론 “의료행위 자율성이 생명권보다 앞설 순 없어”

신생아중환자실 사망 사건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구속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열악한 의료 환경의 책임을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의료진의 법적 책임이 무겁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남부지법은 4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지난해 12월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담당 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의료사고로 의료진이 구속된 것은 손에 꼽힐 만큼 이례적이다. 2016년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일으킨 다나의원 원장 이후로 처음이다. 담당 교수와 간호사들은 직접적인 지시·감독 책임을 회피해 왔지만 법원은 실무자의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의료계는 구속수사를 비판했다. 전국의과대교수협의회는 “이번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의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 진료를 해오던 의료진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의사 몇 명을 처벌해 여론을 얼버무리려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어렵고 위험한 진료 행위를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치료 중 발생하는 사고는 고의성이 있거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범죄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의료계는 주장해 왔다. 아예 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권보다 우선일 수 없는 ‘의료행위의 자율성’을 내세워 공소제기까지 막아야 한다는 의사들의 요구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한 의료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생아가 4명이나 사망했는데 의료진 처벌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거나 모든 걸 정부나 시스템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신현호 변호사는 “의사는 어느 나라든 고도의 지위 의무를 갖고 있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져야 한다”며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인도 형사상 징역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의료인 자격 정지·박탈 등의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처벌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법률사무소 도율의 이동찬 변호사는 “의사는 업무상 과실이 발생하더라도 당시 상황이나 의술 자체의 한계 등을 감안해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점이 인정되는 특수성이 있다”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고의·과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의료인에게 어떤 처벌이 적합하느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가 되는 의료행위나 의료인에 대해 자체 제재·징계하는 등 자율 감시수단을 갖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판례에서는 의료인의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묻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환자 8명에게 피부 함몰 등 상해를 입힌 피부과 의사를 법정 구속했다. 인천지법에서도 분만 직전 무통주사를 맞은 산모의 자궁 안에서 태아가 사망하자 담당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법무법인 태신의 정일채 변호사는 “사법부가 최근 의료사고와 관련해 엄격히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환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예슬 김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