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민들 ‘한일어업협정 타결 촉구 총궐기대회’ 후 해상시위

입력 2018-04-04 15:53

한일어업협정 지연 등으로 수산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어민들이 총궐기대회에 이어 해상시위에 나섰다.

전국선망노조, 대형선망수협 등은 4일 오전 7시 부산공동어시장에서 3000여명이 참가하는 ‘한일어업협정 타결 촉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총궐기대회 후 어민들은 대형선망어선 150여척으로 해상시위를 벌였다.

어민들은 “2016년 6월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결렬된 후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어장을 상실한 대형선망 등은 물론 어획물을 판매하는 공동어시장 등 관련 업종이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근해산 고등어의 95%를 공급하는 대형선망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지난달 선사 한 곳이 도산했고, 4~5개 선사가 도산 위기에 놓였다.

부산지역 대형선망업계에는 24개 선사에 선원 2000여명이 조업 중이며, 1개 선사는 어선 6척으로 선단을 구성해 선원 7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1개 선사가 부도날 경우 선원과 사무직원 등 100여명이 실직하게 된다.


시와 수산업계에 따르면 고등어 등을 주로 잡는 대형선망어업의 생산량과 생산금액은 2008∼2009년에는 연간 24만t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2∼2014년에는 연간 16만∼18만t으로 어획량이 줄었고 지난해에는 11월까지 10만t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생산금액도 2011년 42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줄었다. 이처럼 대형선망어업 등 부산지역 근해어업이 침체에 빠진 것은 한일 어업 협상이 1년 10개월째 표류하면서 일본 쪽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수산업계의 어획량이 줄면서 고등어를 위판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지난해 위판물량은 1972년의 15만1187t 이후 가장 적은 13만8524t에 머물렀다.

수산업계는 한일 어업 협상 지연으로 부산에만 연간 8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선망의 한 선주는 “한일 어업 협상이 타결됐을 때는 제주도 수역과 일본 수역을 오가면서 조업했기 때문에 물고기가 성장할 시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배가 제주도 주위에 모여 조업해 치어 남획논란에 제주도 어민들과의 갈등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럴 바에 아예 한일 어업 협정을 파기하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적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제공하는 ‘한일어업협상 지연 피해를 입은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은 한도가 선사당 5000만원에 불과해 연간 매출이 100억원 안팎인 대형선망에게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또 국회에서 수산업계 지원을 위해 최근 통과시킨 ‘연근해어업의 구조개선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대체어장 출어비용 지원이 주요 내용으로 러시아·대만 해역에 아예 조업을 가지 않는 대형선망 업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선망선사 관계자는 “마련한 대책들이 대부분 생색내기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업계 경영난 소식에 시중은행과 줄도산을 우려한 선박 수리업체,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자금 회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업계의 피해지원을 위해 대형선망어업 감척사업 추진과 자율휴어기 운영자금, 긴급 경영안전자금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