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항소심 공판이 시작됐다.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된 최씨는 재판을 거부해온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섰다. 변호인은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이라는 누명을 벗고자 하는 일념뿐”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4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된 최순실씨의 1회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2016년 11월 구속된 이후 최씨에게 한 줄 희망이 있다면 자신에게 지워진 국정농단자라는 낙인, 대통령과의 공범이라는 누명을 벗고자하는 일념뿐”이라며 “성실하고 철저히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롯데·SK에 대한 최씨의 명시적 청탁이 인정됐는데 1심 양형에 반영이 안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무죄로 판결된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서도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무죄로 인정된 삼성 뇌물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씨 측은 “국정농단은 기획된 사건”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증거가 된 태블릿PC에 대한 엄격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입수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이를 최초 보도한 JTBC 기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안종범 피고인의 변호인은 “국정농단의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강요, 현대자동차 KD코퍼레이션 납품 강요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투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박채윤씨로부터 받은 뇌물 300만원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다투겠다고 했다.
특검·검찰과 변호인 측은 증인 신청 여부를 놓고 1시간 동안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최씨 측은 박상진, 최지성, 변희재 등 14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과 특검은 “공소 사실과 상관이 없거나, 증언 거부가 확실시 되거나, 이미 1심에서 장시간 신문이 이뤄진 증인들”이라며 반박했다. 양측 모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데에는 동의했다.
다음 기일은 11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검찰과 특검, 변호인이 항소 이유를 진술할 예정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