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교회 은퇴 목사와 장로가 10억대 횡령...경찰 수사 나서

입력 2018-04-04 13:49
부산의 한 교회에서 장로와 은퇴목사가 거액의 교회재정을 개인용도로 사용, 한국교회 적폐대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 기독교계는 물론 이 교회 대다수 선량한 성도들이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교회가 속한 노회 관계자들조차 담임목사에게 “모든 것을 묵인하라”며 비리은폐에만 급급해 타 교단의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부산 A교회 성도 9명이 지난달 16일 이 교회 B장로 등 3명을 고소해옴에 따라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이들의 혐의는 교회재정 10억여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과 함께 업무방해, 모욕, 예배 및 설교방해 등이다.

교인들은 증거자료로 교회 주보와 교회 헌법, 건축헌금 현황, 통장사본, 대출거래내역표, 교회 당회록, 제직회의록, 법인카드 이용내역, 공동의회 회의록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

교인들에 따르면 이 교회 B장로 등은 2008년부터 교회재정을 맡으면서 성도들이 헌금한 건축헌금 4억3000여만원을 교회 통장에 입금해 관리하지 않고 개인통장에 보관해오면서 임의로 사용했다.

또 B장로 등은 2009년 교회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6억5000여만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교회 구성원들에게 보고하지 않고 개인 건축사업장에 사용하거나 2억7000만원 등 일부는 은퇴목사 퇴직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인들이 확인한 결과 은퇴목사 퇴직금 지급여부 등은 서류 등 근거 자료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장로 등은 해마다 열리는 교회 공동의회 때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정상적으로 갚고 있다”며 허위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같은 비리가 교인들에게 의해 알려지자 B장로 등은 “담임목사 때문에 비리가 외부로 알려졌다”며 교인들을 동원해 예배 때마다 담임목사의 설교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온갖 음해성 내용으로 담임목사를 노회에 고발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교회를 관장하는 노회 관계자들은 이 같은 비리를 알면서도 비리가 외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묵인하거나 일부는 은폐의혹을 받고 있다.

노회 측은 현 담임목사에게 재정문제 거론 말 것, 원로목사에게 월 250만원 사례비 지급, 담임목사 공개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회 측은 담임목사에게 “다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뒤, 1억5000만원 퇴직금 중재 등을 제의하다 거부당하자 담임목사의 면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회 한 관계자는 “담임목사 면직 등 이 교회 관련 모든 일은 노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모든 문의 사항은 노회장에게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한 관계자는 “B장로 등이 대부분 생활형편이 어렵거나 원로 교인들이 내용을 잘 모르는 점을 악용해 거액의 대출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건축헌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은 하나님의 재산을 도적질한 용서받을 수 없는 비리”라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교회 한 교인의 경우 파지를 주워 판 돈을 수 년간 건축헌금 하고, 또 다른 교인은 노령 연금을 모두 건축헌금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노회 관계자는 “B장로 등이 업무를 추진하고 재정을 관리하는 과정에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무엇보다 교인들의 화합과 교회 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교인들이 공식 조사를 요청할 경우 노회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 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한 뒤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